■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여러분은 마트에서 쇠고기 고르실 때 뭘 보고 고르시나요. 이왕이면 맛있게 먹자는 생각에 1등급, 2등급 등급 높은 쇠고기를 선호하실 텐데요. 등급이 높을수록 마블링의 질이나 양이 우수하죠. 마블링은 현재 쇠고기 등급을 좌지우지하는 큰 기준인데요. 그런데 이 마블링이 많은 1등급 쇠고기가 정말 맛있는 고기일까요? 일각에서는 이 등급제가 마블링 쇠고기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단 주장도 나오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연결하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 황교익>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쇠고기 등급제부터 짚어보죠. 언제부터 생긴 건가요?
◆ 황교익> 1992년에 등급제가 만들어졌고요. 처음에는 1등급, 2등급, 3등급 해서 3개 등급이었는데 기준을 더 만들다 보니까 시장에서 보통 이렇게 얘기하죠. 1++, 1+, 1등급, 2등급, 3등급 이렇게 5개 등급이 있습니다.
◇ 박재홍> 그러니까 1등급 중에서도 더 좋은 거라고 해서 플러스, 플러스가 붙네요.
◆ 황교익> 그렇습니다.
◇ 박재홍> 이 등급을 나누는 기준은 뭡니까?
◆ 황교익> 가장 결정적으론, 등심 부위를 절단해서 기름이 어느 정도 잘 골고루 끼워져 있는지로 보통 판단을 하죠. 마블링이 잘 된 고기일수록 등급이 높다,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 박재홍> 그런데, 어떤가요? 마블링이 많으면 정말로 맛있는 건가요?
◆ 황교익> 기름이 많으니까 구우면 그 기름향이 강하게 올라오죠. 그래서 처음의 느낌은 맛있다라고 느껴집니다. 향이 강하니까요. 고기가 구워지는 향이라기 보단 기름 냄새라고 보면 되고요. 마블링 많은 고기가 먹다보면 부드럽고 맛있는 고기라고 느껴십니다. 그런데 계속 반복해서 먹다 보면 기름이 많은 부위가 오히려 역겹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 박재홍> 느끼하게요?
◆ 황교익> 보통 인간의 후각은 강한 냄새에 대해서 금방 싫증을 느끼거든요.
◇ 박재홍> 그러니까 오래 먹었을 때는 지방 많은 고기는 별로 안 좋다는 말씀이네요.
◆ 황교익> 그렇죠. 이게 음식이라는 게 처음의 맛도 중요하지만 맨 마지막에 한 점 먹었을 때의 맛, 그것도 참 중요하거든요.
◇ 박재홍> 그렇군요. 지금 밖에 있는 제작진은 '그래도 마블링이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데요. (웃음) 이 마블링, 쇠고기에 등급제가 있으니까 말이죠. 오히려 이런 등급제로 인해 우리의 미각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도 들어요.
◆ 황교익> 마케팅 차원에서 등급 제도를 보고 그렇게 할 수도 있겠죠. 국가가 정하는 등급제도이거든요. '이게 더 맛있다, 이게 더 맛없다'라는 판단을 국가가 국민한테 주입을 시키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되겠죠. 마블링을 만들려고 하면 소한테 곡물사료를 먹여야 되거든요. 곡물사료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먹일 수가 없습니다. 보통 미국에서 가져오는 그런 콩, 옥수수 같은 값싼 곡물사료로 먹이는 거죠. 그래야 마블링이 만들어져요.
국내에서 풀만 먹여서 키우는 농가도 몇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등급이 2등급 이하로 나와요. 풀 사료를 먹인 건강한 고기가 2등급으로 시장에 질이 안 좋은 고기인 것처럼 나가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죠.
◇ 박재홍> 그렇군요.
◆ 황교익> 국가에서 그런 등급을 나누는 것 자체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 박재홍> 마블링이 많다는건 상식적으로 지방이 많은 거잖아요? 그러니까 마블링이 많은 소일 수록 사람한테도 안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떻습니까?
◆ 황교익> 안 좋을 수 있겠죠. 지금 전반적으로 기름을 덜 먹어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봐서는 기름을 적게 먹는 게 좋겠죠. 꼭 기름을 먹겠다고 하면 이렇게 드시면 좋습니다. 소기름은 정육점에 가면 거의 공짜거든요.
◇ 박재홍> (웃음) 그렇군요.
◆ 황교익> 소기름 중에 두태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아주 고소한 맛이 드는 강한 지방이거든요. 그거 사오는 거 아닙니다. 달라고 하면 그냥 공짜로 줄 겁니다. 그거를 팬에 이렇게 녹이고 나서 마블링이 전혀 되지 않은 고기를 구워서 드셔보십시오. 마블링 된 고기의 그런 느낌 그대로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맛있을 수 있습니다.
◇ 박재홍> 굉장히 큰 비법이네요. 두태를 사봐야겠네요. 그리고 곡물사료로 소를 키워서 마블링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소 한 마리 사료 값도 300만원 이상 든다는 얘기도 있어요?
◆ 황교익> 그렇죠. 곡물 사료비가 많이 드는 것도 문제지만 소한테도 좋은 게 아니거든요. 곡물을 먹으면 소화불량에 걸리고 지방만 더 생기고요. 건강한 소로 자라지를 못하죠. 그런 소의 고기를 우리가 먹으면 건강하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생각도 해 볼 필요가 있겠죠.
◇ 박재홍> 그런데 정부에선 한우 품종상 마블링이 잘 생긴다, 현행 등급제를 바꾸면 우리 축산업계에 큰 혼란이 온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게 맞는 말입니까?
◆ 황교익> (웃음) 한우를 곡물 사료를 안 먹이고 풀 사료만 먹여가지고는 2등급 나오는데 어떻게 한우가 본래부터 마블링이 잘 생기는 소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나요? 지금 와서 보니까 맞지 않다, 그러면 정책을 수정을 해야 하는 게 정상이죠. 맞지 않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좀 더 다양한 기준이 필요하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선생님께선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 황교익> 한우가 가지고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고소한 맛이 강하고요. 질도 한국인이 좋아하는 씹는 맛 기준이 좀 강한 게 있고요. 마블링이 안 된 고기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숙성을 했을 경우 한우가 충분히 경쟁력이 있거든요. 마블링이 안 된 고기도 등급과 관계없이 숙성만 하면 외국의 쇠고기에 비해서 경쟁력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더 고급하고 맛있는 한우 고기에 대한 궁리들을 지금부터 좀 다시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박재홍> 마블링 쇠고기가 맛있다는 건 오히려 만들어진 신화 같은 미각이다, 이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 황교익> 그렇죠.
◇ 박재홍> 그리고 또 하나 질문을 드리고 싶은 것은, 일반적으로 쇠고기는 덜 익혀서 먹어도 된다. 그리고 돼지고기는 바짝 익혀서 먹어야 한다, 이런 얘기가 있잖아요. 그게 맞는가요? (웃음)
{RELNEWS:right}◆ 황교익> (웃음) 돼지고기에 대한 기생충에 대한 위험들을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바짝 익혀야 한다고요. 그런데 우리 기생충 박사로 유명하신 서민 교수님 있잖습니까? 그분 주장이면 기생충을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얘기를 하거든요. 그러니까 보통 돼지를 키우는 데 기생충이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돼지를 키웁니다. 그래서 오히려 바짝 구워먹는 게 돼지고기를 맛 없게 먹는 방법입니다. 살짝 익혀서 드십시오.
◇ 박재홍> 돼지고기도 살짝 익혀도 된다, 이런 말씀이네요. 오늘 굉장히 많은 고기에 대한 교훈을 주셨습니다. 오늘 저녁에 고기 한 번 구워먹어야겠네요. 선생님 말씀 들었습니다.
◆ 황교익> 고맙습니다.
◇ 박재홍> 오늘 화제의 인터뷰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를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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