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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극과 극'의 시민들…쪽방촌·노숙인과 고급호텔

사회 일반

    폭염 속 '극과 극'의 시민들…쪽방촌·노숙인과 고급호텔

    • 2015-08-07 16:09

     

    '심야에도 집에 못 있는' 쪽방촌…노숙인은 '그늘 찾아 삼만리'
    하룻밤 35만∼50만원 고급호텔은 상품 예약 쇄도

    사망자까지 여러 명 낳은 올여름 불볕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다.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 등은 주거공간이 더위에 고스란히 노출된 탓에 밤낮없이 더위와 전쟁을 벌이느라 기진맥진한 상태다. 쪽방촌 주민들은 뜨거운 집 안에서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밤늦게까지 인근 강이나 산에서 전전하기도 한다.

    부유층 시민은 고성능 에어컨이 작동되는 집이나 사무실에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기에 불볕더위의 심각성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최신 시설을 갖춘 유명 호텔은 하룻밤 이용료가 60만원 수준인데도 북새통을 이룬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도 극과 극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 "방바닥이 불바닥" 쪽방촌 주민의 필사적인 더위 나기

    "주말부터 더위가 누그러진대요? 못 믿어요. 아침에 눈을 떠 봐야 더운지 안 더운지 알죠."

    서울에 올해 첫 폭염경보가 내리는 등 더위가 막바지 맹위를 떨친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공원에서 만난 쪽방촌 주민 최모(53·여)씨는 주말 이후 불볕더위가 누그러진다는 기상청 예보를 그리 신뢰하지 않는 눈치였다.

    오전 9시 30분이면 집 밖으로 나온다는 최씨는 "집안에 있으면 방바닥이 말 그대로 '불바닥'이라 앉아 있을 수가 없다"며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서는 도저히 집 안에 있기 어렵다. 올여름이 유독 더운 것 같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공원에는 그늘마다 더위를 피하러 온 이 일대 쪽방촌 주민 30여명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남성들은 민소매 셔츠 차림으로 연방 부채질을 해댔지만 셔츠는 이미 땀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쪽방촌에 들어온 지 2년째라는 김모(76)씨는 "방에 창문도 없고 집안에 도저히 있을 상황이 아니다"라며 "대부분 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고, 샤워는 근처에 있는 동자희망나눔센터에서 해결한다"고 전했다.

    동자동 쪽방촌 방범대장 김정길(69)씨는 이 동네의 최근 풍속도를 털어놨다. "대부분 주민이 해가 뜨면 문을 잠그고 한강이나 남산 등으로 나갔다가 무료급식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새벽 2∼3시께나 돼야 돌아오곤 한다"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그나마 거동이 온전해야 가능하다.

    쪽방촌 한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6.6㎡(2평) 남짓한 방에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문을 활짝 열어둔 채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냉방기구라고는 선풍기 한 대였지만 방 안에서는 더운 공기만 빙빙 돌 뿐이었다.

    길바닥을 침상으로 삼는 노숙인들에게도 더위는 큰 문제다. 서울역 광장에서 눈만 돌리면 보이던 노숙인들도 펄펄 끓는 바닥을 피하려는 듯 이날에는 그늘 쪽에 10여명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서울역파출소의 한 경찰관은 "한여름이나 한겨울에는 노숙인들이 서울시희망지원센터나 지하로의 무더위 쉼터 등에서 쉬지만, 그곳에 다 들어갈 수는 없어 밖에서 머무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파출소 앞 희망지원센터 부스 안에는 노숙인 30여명이 앉거나 누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쉬고 있었다. 그러나 부스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노숙인들은 지하철 서울역사 내부 등 더위를 피할 그늘을 찾아다녀야 했다.

    서울역 노숙인 김모(56)씨는 "여름에는 무더위쉼터나 교회 등에 설치된 정수기 물이 금방 동 나버려 물 마시기도 어렵다"며 "노숙인이 많이 머무는 인근 빌딩 앞이나 서울역 광장도 요즘 물을 뿌리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 고급 호텔 '피서상품' 인기…1박에 60만원 넘기도

    쪽방촌 주민이나 노숙인들의 생활공간과 완전히 대조적인 고급 호텔들은 여름을 맞아 각종 패키지 상품을 내놔 고객을 끌고 있다. 하룻밤 숙박료가 수십만원에 이르지만 예약 문의가 쇄도한다.

    서울시내 한 고급 호텔이 폭염을 염두에 두고 내놓은 한 패키지 상품은 부가가치세와 봉사료를 빼고도 1박에 35만∼50만원의 고가다. 그럼에도, 7월 말 출시 이후 불과 일주일여 만에 가장 많은 예약 문의를 받고 있다.

    이 상품을 이용하는 투숙객은 피트니스클럽과 수영장을 무료 이용하고, 인근 미술관으로 나들이해 전시를 관람하는 등 도심에서 여유로운 휴양을 즐긴다.

    서울시내 다른 대형 호텔의 여름 패키지도 1박에 최소 42만5천원으로 고가이지만 폭염이 다가오면서 예약 문의가 예년보다 5∼10% 늘었다. 실제로 주요 호텔의 각종 편의시설에는 손님들로 밤 늦게까지 북적인다.

    호텔 관계자는 "예년에는 몇 주 전이나 한두 달 전 예약하는 일이 많았지만 올해는 폭염 영향인지 '오늘 투숙할 방이 있나', '내일 예약되나' 등 당일치기 문의가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대표적 휴양지인 제주지역 호텔도 폭염 특수를 누린다.

    제주의 한 유명 호텔은 1박에 60만원이 넘을 만큼 숙박료가 비싸지만 예약이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

    호텔 관계자는 "예약 증가가 폭염 때문인지는 확실치 않다"면서도 "최근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수영장이 있는 호텔의 예약률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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