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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길거리로 내몰리는 '눈물'의 자영업자들

사회 일반

    [행간] 길거리로 내몰리는 '눈물'의 자영업자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주제 들어보죠.

    ◆ 김성완> 요즘 자영업자 분들을 만나게 되면 '힘들다, 죽겠다' 이런 말들을 입에 달고 사는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게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서 자영업자가 100배 이상 줄어들었다, 이런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 박재홍> 100배요?

    ◆ 김성완> 네. 그만큼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는 건데요. 길거리로 내몰리는 눈물의 자영업자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직장 다니시다가 퇴직하시면 가장 먼저 선택하는 게 자영업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자영업자들이 굉장히 많은데. '힘들다, 힘들다'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요.

    ◆ 김성완> 솔직히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장사가 잘 된다고 자랑하는 사람은 사실은 별로 없잖아요. '힘들다, 힘들다' 이렇게 얘기를 하길래 엄살이 좀 섞인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는 그런 생각도 해봤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5년 상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하반기 고용전망이라는 보고서를 내놨는데요. 올해 상반기 취업자수는 33만 1,000여 명이 줄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 44% 정도가 줄어든 수치인데요. 취업자수는 임금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을 합한 수치입니다. 임금근로자 취업자는 전년보다 43만명 가량이 늘어났는데 자영업자가 무려 10만 1000명 정도가 감소를 했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단 1000명 감소하는 데 그쳤는데. 이걸 계산을 해보니까 1000:10, 무려 100배 이상 자영업자가 줄어들었다, 이런 결론이 나오는 겁니다.

    ◇ 박재홍> 그런데 자영업자라고 해서 똑같은 것은 아니잖아요. 가게규모라든가 종업원 숫자에 따라서 상황이 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 김성완> 맞습니다. 자영업자 중에서도 굉장히 큰 규모의 식당이나 이런 걸 갖고 계시는 분들도 있고 동네에 치킨점 같은 걸 운영하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다 같은 부류로 놓을 수가 없는데요. 종업원을 10명씩 두고 장사를 하는 그런 자영업자들 같은 경우, 예를 들면 직원을 고용할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는 한 6만 4,000명 정도가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나홀로 자영업자, 방금 전에 말씀드렸던 치킨집, 족발집, 피자집 이런 분들은 혼자서 일을 하기도 하지만 가족들이 다 달라붙어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 박재홍> 배달까지 다 하잖아요, 가족끼리.

    ◆ 김성완> 이런 자영업자 수가 10만 7,000명이 줄었고. 가게일을 같이 한꺼번에 돕는 가족숫자도 5만 8,000명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최근 3년 동안 점점점 심화되고 있다는 건데요. 2013년 상반기에는 11만명이 감소를 했고요. 작년에 말씀드린 것처럼 잠시 주춤했다가 올해 내수경기가 나빠지면서 다시 10만명 가량이 줄어든 겁니다.

    ◇ 박재홍> 말씀 들어보니까 상황이 굉장히 심각한데. 더 큰 문제는 고용절벽이라는 말처럼 폐업한 자영업자들이 갈 곳이 없는 거 아닌가요, 지금?

    ◆ 김성완> 이게 굉장히 심각한 문제인데요. 여기에서 한 세 가지 측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장년층 고용과 중산층의 몰락, 고된 노동 인생. 세 가지를 한 번 말씀드리고 싶은데요. 첫째, 중장년층 고용문제입니다. 이게 이제 방금 전에 말씀하신 건데요. 영세 자영업자들이 누구겠습니까? 주로 은퇴한 중장년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이로 보면 4, 50대 세대가 많겠죠. 이런 은퇴한 퇴직자들이 퇴직금을 털어서 치킨집이나 피자집, 이런 걸 차리고 또 가족들이 매달려서 일을 하는데, 망하면 이 가장들, 우리 동네의 평범한 이웃에 있는 가장들의 모습이잖아요. 어디로 가겠습니까? 있는 돈 다 투자했다가 날렸죠. 갈 만한 곳은 결국은 고용시장 외곽을 빙빙 돌다가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전락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자리가 조금은 있었는데요. 경기가 좋고 일자리가 많이 늘어날 때 같으면 이런 가장들이 갈 만한 곳들이 있을 수 있는데 지금 같은 경우에는 갈 만한 일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노동연구원이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을 이제 34만명으로 전망을 했는데 지난해에 비해서 20만명 정도가 급락한 수치입니다. 올해 45만명 가량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 이렇게 기획재정부가 예상을 했었는데. 그 예상치보다도 10만명 가량이 줄어들었습니다. 더 이상 어디 갈 데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 박재홍> 암울하네요. 두번째는요?

    ◆ 김성완> 중산층 몰락인데요. 은퇴한 4, 50대가 우리 사회의 버팀목 역할을 해왔던 중산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직장을 다니면서 조금 모아둔 돈도 있을 거고요. 아파트 같은 게 워낙 비싸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조그마한 아파트가 있거나 연립주택을 갖고 있거나. 또 자녀들은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인 경우가 많습니다. 동네에서 만나는 이런 평범한 가장들이 가게가 망하면서 가진 돈을 다 날리면 가족 전체가 중산층에서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거든요. 그러니까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다시 중산층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니까 계층이동의 사다리가 이미 사라져버린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한국의 중산층 몰락 현상은 우리만 체감하고 있는 현상이 아닙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도 다 알고 있는 상황인데요. 데이비드 립튼이라고 하는 IMF 수석 부총재가 있습니다. 방한을 한 적이 있는데. 립튼 수석 부총재가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 게 뭐냐하면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 한국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한국의 상황을 굉장히 잘 아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이 사람이 뭐라고 얘기를 했냐하면 소득불평등 심화로 한국의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재분배정책을 통해서 불평등을 줄이고 중산층을 재건해야 한다, 이렇게 조언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가 하는 게 뭡니까? 소득재분배 정책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하지 않습니까? 법인세도 지금 늘리지 않겠다고 하는 거고, 원상회복도 안 하겠다고 하는 거고. 재벌개혁도 결국 지금 외면하고 있는 상황 아니겠습니까? 결국 영세자영업자들이 갈 만한 곳도 없고 올라갈 사다리도 없어지고. 이런 상황에 처해있다는 거죠.

    ◇ 박재홍> 노동개혁 부분도 중산층을 더 몰락시킬 수 있다, 고용이 유연화되면서. 그런 지적도 있는데. 세번째는 뭡니까?

    ◆ 김성완> 바로 방금 전에 말씀하셨던 노동개혁 문제하고 연결되는 건데요. 고된 노동 인생입니다. 정년을 채우고 은퇴해도 노후가 불안해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조사한 결과를 보면 평균 49세에 퇴직해서 재취업에 성공한다 해도 절반은 비정규직이다, 이런 결과가 나왔던 적이 있지 않습니까? 자영업자들이 50대에 길거리로 내몰린다, 그러면 전관예우도 없죠, 백도 없죠, 직장 그만둔 지 오래돼서 갈 곳이 정말 없습니다. 결국은 비정규직이나 일용직으로 고된 노동 인생을 살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정부는 평범한 4, 50대를 지금 마치 기득권 취급을 하고 있는 이런 상황입니다. 청년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못된 기성세대로 만들어버렸는데요. 정부가 4대 개혁을 하고 노동개혁을 한다고 해서 지금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고. 지금 소득재분배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도 없고. 그런데 정부는 모든 계층이 개혁을 하면 다 행복해질 것처럼 얘기를 하는데요. 혹시 우리는 모두 불행해지는 길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도 됩니다.

    ◇ 박재홍> 행복해지는 사람이 없는 느낌이네요.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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