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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中 열병식에 숨은 '동북아' 정치외교 코드



칼럼

    [칼럼] 中 열병식에 숨은 '동북아' 정치외교 코드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은 밀착하는 한중 관계와 얼어붙은 북중 관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의 방문 결정에 중국은 크게 고무돼 있다.

    중국 외교부가 30개국의 정상급 지도자와 정부대표 19명,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 10명의 명단을 발표한 뒤 관영언론에는 푸틴과 박근혜 등 30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표현했다.

    나머지 정상들은 외교부 발표 명단에는 있지만 언론 보도상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정상이 참가하는 국가는 상하이협력기구 참가국가와 쿠바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국가 등이 대부분이고 미국과 일본은 불참하고 EU에서는 체코 대통령만이 유일하게 참석한다.

    환구시보는 참가 정상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가장 주목받는 정상이라고 표현했고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중한 양국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를 맞고 있다고 표현했다.

    신화사 세계문제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인 가오하오룽은 박근혜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가하기로 한 것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으로 한국 측의 '지혜'가 엿보인다고 했다.

    반면 북한은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가한다.

    이는 김정은 집권 이후 냉랭한 북중 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사진=노동신문)

     

    중국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과의 관계는 '정상적 국가관계'로 바뀌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과거의 피를 나눈 형제당, 혈맹 관계가 아니라 더이상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양국관계의 질적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북한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아닌 최룡해 노동당 비서를 보낸 것도 김정은의 핵심 측근이라는 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양국 관계가 여전히 국가 관계가 아닌 형제당의 관계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김정은은 최룡해를 통해 친서를 보내 양국관계의 재건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중관계의 개선이 쉽게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이다.

    과거 전례로 보면 중국의 정상이 취임 이후 첫 방문지로 북한을 택했고 북한 정상도 반드시 중국을 먼저 찾는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나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다음달 2일 시진핑 주석과 6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된다.

    설사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게 되더라도 양국 관계가 정상국가관계가 된 만큼 이전의 통치자인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예우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는 대우를 받게 될 것이 명백하다.

    김정일 시대까지는 중국과 북한이 혈맹관계였고 특히 중국 공산당과 북한 노동당이 형제당이라는 의미에서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방문하면 중국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모두 면담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11일 중국 베이징 옌치후 국제회의센터(ICC)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 참석,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났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국 공산당의 정치국 상무위원을 모두 만나는 지도자는 북한 지도자가 유일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해서 과거처럼 환대를 받는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반면 박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9월 2일 6번째 정상회담을 갖게 돼 중국 언론에서는 두 정상간 우의가 돈독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중관계의 개선이 어려운 더 중요한 원인은 북한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한반도 전략의 핵심은 한반도의 평화유지다. 중국의 전략적 목표에서 볼 때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최악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까지 불러올 수 있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용인할 수 없는 것이다.

    과거에는 북한의 존재 자체가 중국 입장에서 한반도 현상유지와 평화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지만 북한이 핵개발에 나선 순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그런데 김정은은 집권 직후 핵과 경제 병진노선을 채택하며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 핵 개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따라서 북한의 핵 개발이 지속되는 한 북중관계의 개선이 이뤄지는 상황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북중관계가 악화되면서 중국 입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지위는 더욱 중요해졌다.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 이외에 군사적 정치적 중요성이 더 커지는 것이다.

    북한의 핵이 골칫거리가 된 상황에서 중국의 전략적 목표는 한미일 동맹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상황을 피하는 것이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현장인 하얼빈역에 있는 안중근 의사 기념관 입구(좌)와 전시장 내부 초입(우). (사진=유연석 기자)

     

    다시말해 한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의 한 축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에 적극 가담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중국은 이를 막기 위해 일제 식민지배와 침략의 피해자이자 함께 항일 투쟁을 벌였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과거에는 북한과 항일투쟁을 함께 했던 역사를 강조한 자리에 이제 한국과의 항일투쟁을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3년 첫 한·중 정상회담에서 하얼빈역에 안중근 의사 기념표지석 설치를 해달라는 박 대통령의 요청을 받은 뒤 표지석 뿐 아니라 안중근 기념관까지 설립했다.

    이번에 상하이 임시정부 청사를 재개관하는 것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협력 속에 이뤄졌다.

    항일을 매개로 한중 관계를 밀접히 함으로써 일본을 견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항일의 역사를 강조하는 것이 국내적으로는 민족주의를 부각시켜 국민통합을 이루고 대외적으로는 한국과 손을 잡고 일본을 견제할 수있는 매개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중국 정부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번 전승절 행사에 30개국 정상이 참석한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박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파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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