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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포스코 ‘잃어버린 5년’

    요 며칠 잠자리에 누우면 어디선가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에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폭염과 열대야로 땀투성이였던 여름이 어느새 물러나고 청명한 하늘과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니 지나온 계절이 그리운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렇게 변덕스러운 건가. 무더위 때문에 힘들고 짜증스럽던 여름이 지나가고 나면 궂은 일은 금방 잊혀지고, 좋았던 일들만 떠올리니 말이다.

    (사진=자료사진)

     

    오늘 아침 신문을 보니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이 9일 다시 소환될 거라는 기사가 실렸다. 어제 신문에는 포스코의 경영실패를 다룬 장문의 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계절은 벌써 가을 문턱을 넘어서려는데 포스코는 여전히 폭염과 열대야로 달아오른 한여름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의 앞날을 우려하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제 전문가들도 ‘흐림’으로 예측하고 있다. 극약처방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히 ‘혁명’ 수준이어야 한다고도 한다. 전문경영인의 경영 실패도 원인이지만, 주인 없는 회사의 질긴 연줄이 폐쇄적이고 자기 방어적 기업문화를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검찰이 6개월 가까이 수사를 하고도 결정적 비리를 찾아내지 못할 만큼, 포스코가 사내·외정보망을 가동해 수사의 창을 피했다는 비난도 나온다. 전직 회장들로부터 전·현직 임원,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포스코 맨’이라는 끈끈한 동료애를 발휘해 방패를 세웠다는 것이다.

    포스코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창립 이후 8명의 회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불명예스럽게 사퇴했다. 경영 성과는 아무런 보증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권력이 바뀌면 회장도 바뀌어야 한다는 이상한 논리가 관습이 되었다. 새로 출범한 정권에 의해 포스코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회장은 권력에 보답을 해야 할 텐데, 이것이 불행의 단초다. 직원들은 어떤가. 그동안 정치권력에 의해 포스코 최고경영자가 된 그들의 영광과 추락을 수차례 지켜보면서 자신들만의 살길을 모색하지 않았을까.

    포스코와 협력업체와의 문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제철소 외주파트너사(협력업체)는 오래 전부터 개선돼야 할 사항이라는 지적을 받아왔지만 진행이 더디다. 토호 및 정치세력들이 크고 작은 기업을 얻어내 적게는 2년에서 많게는 10년 가까이 호의호식하고 있다.

    이들 기업 대표들은 포스코와 지역 정치권에 이런저런 도움을 주면서 자신의 기업을 유지해 나간다. 포스코와 협력업체 간의 끈끈한 연줄도 마찬가지다. 지연, 혈연, 학연, 정치, 토호세력과 공동으로 난공불락의 성을 쌓아놓고 공생한다. 제철소가 있는 포항·광양에서 이름을 대면 알만한 전·현직 시도의원, 국회의원 비서관과 보좌관 출신, 지역 시민사회단체 임원 중 상당수가 기업을 맡고 있다.

    포스코그룹 비리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 허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포스코 비리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검사가 “(포스코) 환부가 너무 깊어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겠다” 고 토로한 적이 있다. 그 얘기를 들었을 때 오죽했으면 검사가 이런 말을 다 할까 싶었지만, 조금 생각을 바꾸니까 귀담아 들어야 할 뼈 있는 소리였다.

    수사를 받고 있는 정준양 전 회장의 경영실패가 포스코 침체의 원인으로 나타난 근거는 많다. 그가 재임했던 5년 동안(2009~2013년) 포스코 영업이익은 58%, 순이익은 69%나 떨어졌다. 영업이익률은 17.2%에서 4.8%로 무려 4분의 1토막 났다. 부채는 2배 이상 늘어나 부채 비율이 1.3배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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