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워낙 일이 힘드니까 노동 개혁 그런 거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전선업체 사업장.
이 업체에서 3년째 근무한다는 김모(36)씨는 지게차를 몰며 전선 뭉치를 옮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이날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전날 합의된 '노사정 대타협안'이 통과됐지만 이는 김씨에게 '먼나라' 얘기였다.
김씨는 "정부가 노동개혁을 한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는데 내용은 잘 모른다"면서 "관심이 없는 게 아니라 휴일에도 안쉬고 하루종일 일만 하느라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노동시장이 격변의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부분의 현장 노동자들은 변화의 물결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처럼 고된 일과 속에 파묻혀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고민은 사치인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다른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는 안모(45)씨는 "노동시장 구조개혁보다 더 시급한 것이 회사의 현안들"이라며 "회사 업무로도 하루가 부족한 상황이라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체로 젊은 직장인들은 노동개혁이 남의 일인 듯 가볍게 여기는 분위기였다.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이모(40)씨는 "노사정 대타협으로 내가 어떻게 바뀔지는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회사가 다 젊어서 아직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시중 은행에 근무하는 임모(33)씨는 "노동 개혁 현안들을 주로 기사를 통해 접했는데 젊은 직원들은 한창 일할 때이고, 정리해고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위치라서 그런지 대부분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문제는 노동개혁의 대상인 노동자들이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은 그나마 권리를 보장받는 노동자조차도 권리를 축소시키면서 노동자의 삶을 더 암담하게 만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노동계에서 강력하게 반대했던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관련해 노사정이 정부의 가이드라인(행정지침) 마련 방침을 수용하면서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 보호막같은 울타리가 사실상 없어지기 때문이다.
현행 근로기준법 23조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