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건복지부는 담뱃값 2천원 인상이라는 충격요법을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금연정책으로 포장했다. 담뱃세 인상과 경고그림, 캠페인 등 비가격 정책을 통해 담배 소비량을 3분의 2수준으로 크게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금, 금연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을까? 현재 수집되는 각종 데이터는 정부의 약속을 비웃고 있다. 아니 결과적으로는 정부가 예측소비량을 축소해 세수증대폭을 축소한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우선 정부 예측치를 보자. 정부는 담뱃값을 기존의 25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릴 경우 올해 담배소비량이 34% 줄고 남성흡연율도 8%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으나 담배소비량은 23%밖에 줄지 않았다. 연초 반짝했던 금연효과가 고무줄처럼 '원위치'하고 있고 내년에는 오히려 올해보다 6억갑(21%↑) 많은 34억 6천만갑이 소비될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제주 면세점의 담배 판매량은 평소보다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금연보다는 면세점을 이용한 사재기까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사이 세수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담뱃값을 올리기 전인 지난해 세수는 6조 7천억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11조 1천여억원, 내년에는 12조 6천여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4년과 비교하면 무려 5조 8천여억원이나 늘어나는 셈이어서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세수증대폭 예측치 3조원의 2배 수준이다.
물품에 매기는 담뱃세의 과도한 인상은 저소득층이든 고소득층이든 모두 같은 세금을 내기 때문에 소득분배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서민증세로 불린다. 실제로 하루 1갑의 담배를 피우는 개인이 1년에 내는 담뱃세 총액 121만원은 연봉 4600만원 근로자의 근로소득세와 맞먹을뿐더러 시가 9억원 주택의 재산세와 교육세를 합한 금액에 해당한다.
담배값 인상으로 6조원의 세수를 추가로 챙기게 된 정부는 웃고 있을지 모른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빠듯한 나라살림에 단비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게 예상된 시나리오였든 예상 외의 효과였든 차치하고, 과연 정부가 정책의 근본 목표에는 얼마나 충실했을까?
내년도 세입예산안을 보자. 금연 관련 예산은 1315억원이 배정돼 1475억원인 올해 예산보다 오히려 11%가량 줄었다. 학교흡연 예방사업은 올해 444억원에서 내년 333억원으로 축소됐다. 금연치료 지원사업도 128억원에서 81억원으로, 흡연폐해 연구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 예산도 40억원에서 30억원으로 줄었다.
담뱃세 인상으로 '세수폭탄'을 즐기고 국민건강은 뒷전인 셈인데, 담뱃값을 올린 제1목적은 세수증대였고 국민건강 구호는 들러리였다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하다. 담뱃값이 올라도 금연열풍으로 이어진다면야 마다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금연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구체적인 정책추진과 예산 반영으로 입증되기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