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09년 9월에 395억원대 재산을 기부해 설립한 청계재단이 그동안 공시를 엉터리로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
자산총액이 5억원 이상인 공익법인(공익재단)은 결산 자료 등을 매년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그런데 청계재단이 국세청 홈택스(www.hometax.go.kr)에 공시한 자료 중 '주식 등의 출연·취득·보유 및 처분 명세서(이하 명세서)'를 보면, 2013사업연도와 2014사업연도에는 엉뚱하게도 ㈜다스의 총발행 주식 수가 2027억 6000만주, 청계재단 보유 주식 수가 그 중 5%인 101억 3800만주로 돼 있다.
청계재단은 재단 설립 1년 4개월 만인 지난 2011년 1월에 다스로부터 전체 5%인 1만4900주(평가액 101억3800만원)를 기부받았다.
평가액을 보유주식 수로 잘못 등재한 것이다. 2012사업연도에는 '명세서' 자체가 누락됐다.
더욱이 청계재단은 다스로부터 지난 2012사업연도에 1억 3122억원, 2013사업연도에 1억 1920억원, 2014사업연도에 1억 3410억원을 배당을 받았다. 하지만 국세청에 공시된 2013 및 2014사업연도 '명세서'를 보면 배당액이 0원으로 돼 있다.
특히, 2013사업연도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의 공시' 항목에는 청계재단의 수입금액은 21억원인데 비해 필요경비는 0원으로 등재돼 있다. 건물관리비 및 인건비가 전혀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면, 2014사업연도에는 필요경비가 20억원이나 됐다.
필요경비가 0원으로 등재된 2013사업연도 공시 내용
공시는 회계법인의 회계감사 자료를 토대로 이뤄진다. 청계재단 관계자는 "공시는 재단과 회계법인이 공동으로 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3사업연도와 2014사업연도의 회계감사는 H회계법인이 담당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H회계법인은 지난달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손해배상 공동기금 30% 추가적립의 제재를 받았다. 담당 공인회계사 3명은 감사업무제한 등의 징계를 받았다.
비상장법인인 G사에 대한 회계감사를 부실하게 한 데 따른 제재를 받은 것이다.
청계재단 지도감독 권한이 있는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공시 내용 확인업무는 세무서 소관이고, 우리는 공시가 됐는지 여부만 확인한다"고 밝혔다.
국세청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세청 관계자는 "인지를 했으니 청계재단이 적정하게 공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절차가 있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현행법상으로는 공익법인이 공시를 엉터리로 했을 경우에도 이를 제재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RELNEWS:right}
이 관계자는 "공익법인의 경우 대다수가 자산총액이 5억원 미만이라서, 제재 조항을 넣으면 이들 영세 법인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H회계법인은 '재단법인 청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상의 주석에 청계재단의 소재지를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1709-4 영보빌딩 101호라고 기재했다. 가장 기초가 되는 빌딩 명조차 영포빌딩을 영보빌딩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다.
청계재단의 자금 사용 전반에 대한 관계 당국의 강도높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