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자원외교 비리에 대해 7개월만에 수사를 마무리지었다.
지난 3월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시작돼 고 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으로 위기를 맞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과 김신종 전 한국광물자원공사 사장이 배임 혐의로 각각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정치권과의 유착의혹 등 구조적인 비리를 파헤치지는 못한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 "천문학적 국고 손실 방만한 경영 탓"…檢, 두 전직 공사 사장 기소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가 수사를 접으며 마지막으로 기소한 인물은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이다. 김 전 사장은 공사에 22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됐다.
우선, 김 전 사장은 경남기업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사업에 손을 떼면서 넘긴 지분을 비싸게 인수해 공사에 21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국내 자원개발사업으로 추진됐던 양양철광산 재개발에 철광석 및 희토류 매장량이 미미해 경제성이 없는 것을 알고서도 12억원을 투자한 혐의도 있다.
김 전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 7월 법원에서 기각당했고, 결국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검찰은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도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강 전 사장은 하베스트의 부실 자회사 날(NARL)을 아무런 검증 절차 없이 사들여 공사에 5천억원대 국고 손실을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하베스트 부실 인수 및 암바토비 광물 사업 실패는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을 가져온 이명박 정부의 대표적인 자원외교 실패작들이다. 검찰은 이같은 실패의 원인을 두 공사 사장의 독단적인 결정과 무책임한 경영에 책임을 돌려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공사가 '자주개발률'이라는 에너지 자립도 지수에 집착해 국익보다는 실적에 집착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투자로 수조원대 인수를 결정하는가 하면 투자 결정에 대해서도 감독 및 통제 시스템이 부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같은 공사의 안일한 의사결정 과정과 천문학적인 국고 손실에 대해 당시 경영진에게 배임 혐의로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선례를 남겼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기업의 경우 실패한 사업이라도 정책적인 판단으로 여겨 처벌을 하지 않았지만, 당시 경영진에 대해 배임 혐의로 처벌을 함으로써 방만한 경영을 막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고 기대했다.
◇ 국민적 기대로 시작한 자원외교 수사, 정권 차원의 비리 못 밝혀
하지만 검찰은 자원외교와 얽혀있는 전 정권의 구조적인 유착이나 비리 의혹은 밝히지 못했다. 공사 사장들에 대해 배임 혐의로만 처벌했을 뿐 당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나 정치인들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우선, 올해 초 국민적 기대 속에 시작한 자원외교 수사가 고 성완종 전 회장의 죽음으로 첫 발부터 스텝이 꼬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검찰은 지난 3월 경남기업을 타킷으로 야심차게 자원외교 수사를 시작했지만, 성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이어진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본질이 흐려지면서 위기를 겪었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꾸려지면서 유력 여당 정치인들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에 수사력이 집중됐고, 자연스레 자원외교 수사의 당위성과 추진력이 약해졌다.
하베스트 인수의 경우 강영원 전 사장이 당시 지식경제부장관이었던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면담한 직후 부실 인수를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최 부총리를 소환조사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수사 태도를 보였다. 해외와 연관된 사업 비리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자금 추적이나 현지 관계자들의 조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밀한 수사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