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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비리 이홍하씨, "대주주 횡령보다 더 엄벌해야"

광주

    사학비리 이홍하씨, "대주주 횡령보다 더 엄벌해야"

    학생의 미래 희망 싹 자르는 행위

    (사진=자료사진)

     

    1천억 대의 교비 등을 횡령한 사학비리 이홍하(77) 씨가 횡령한 돈 가운데 상당액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씨의 횡령 행위는 해당 학교 학생과 학부모의 미래 희망의 싹을 자르는 범법 행위라는 재판부의 촌철살인 지적이 나왔다.

    29일 열린 항소심 선고 재판에서 이씨에 대해 징역 9년에 90억 원의 벌금을 선고한 광주고법 형사 1부 재판부는 이씨의 양형 이유를 구체적으로 판시해 눈길을 끌었다.

    ◇ 대주주 회사 자금 횡령 범죄보다 더 엄벌해야

    재판부는 "피고인이 교비 자금을 횡령한 범죄 행위는 해당 대학의 학생 및 학부모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싹을 자르는 것과 같은 행위로서 일반 회사의 대주주가 회사의 자금을 횡령하는 범죄행위와 비교해 더 엄벌에 처해야 할 필요성이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그런데도 이씨는 서남대학교 부속 남광병원 6층에 이른바 '법인기획실'이라는 것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설립한 각 학교의 교비에서 법령상 지출할 수 있는 학교 공사에 대한 노임으로 가장, 각 대학의 교비를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마음대로 인출하여 해당 학교의 직접교육에 필요한 것과는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해당 학교 직원이 이제 '그만' 해야 한다고 고언하기도 했으나, 이씨는 횡령 범행을 멈추지 않았으며 설립한 각 학교의 교비에 대해 이를 납부한 학생들과 그 부모들의 피땀이라는 생각보다는 자신이 이른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자신의 사업을 위하여 존재하는 재원으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질타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이런 점에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판시했다.

    ◇ 이씨, 횡령 교비 자녀 및 개인 용도로 상당액 사용

    이씨는 또한 횡령한 총 1,000억여 원 가운데 현금으로 가져가 개인적으로 사용한 금액만도 약 120억여 원에 이르고 그 밖에도 자녀의 아파트나 차량 구매, 개인 물품 구매 등 학교와는 전혀 무관한 개인 용도에 교비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씨는 재판정에서 자신이 현금으로 가져간 돈 중 상당 부분은 병원운영지원금, 대학교지 매입비 등으로 지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재판부는 일정 부분 그런 사정을 인정할 수는 있으나 사용처는 모두 사립학교법 관계 법령에서 규정하는 적법한 세출 용도가 아니었음은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각 학교의 교비에 대해 기본적으로 각 해당 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직접 교육을 위한 용도로 사용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단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용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수없이 반복해 행해진 이씨의 횡령범행으로 인해 어떤 학교의 교비가 바닥남으로써 이를 메꾸기 위해 해당 학교가 아닌 다른 학교의 교비를 다시 횡령했던 범행 수법이 이를 반증한다고 밝혔다.

    ◇ 이씨, 절대적 지위 속 "사학 왕국" 구축해 교비 횡령

    재판부에 따르면 이씨가 설립한 여러 학교에 대해 아무런 공식 직함이 없으면서도 실질적으로 이를 모두 운영하면서 절대적인 지위에서 혼자만의 사학 왕국을 구축하고, 상시로 각 횡령범행을 저질렀다.

    이로써 해당 학교들은 전기요금, 수도요금 등의 기본적인 공과금조차 제때 납부하지 못하고 연체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피폐한 상황에 내몰리게 되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에게 돌아갔다.

    이씨의 지속적 횡령범행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허위노임을 지급할 명분을 만들기 위하여 건축공사가 진행되는 것과 같은 외양이 필요하였고, 그에 따라 시작된 건물의 신축공사는 길게는 10년이 넘도록 완공되지 않은 채 방치됐다.

    이씨가 오로지 노임 명목으로 교비를 빼내는 수단이 되어버린 흉물스런 건물들과 방치된 강의실들을 보면서 학교 구성원들은 깊은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통탄했다.

    재판부는 특히 이씨와 이씨 부인의 두 차례에 걸친 교비 횡령 전과에 비춰 보면, 학교 구성원에게 피고인의 범법행위가 사법기관의 비호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함으로써 사법제도에 대한 심각한 불신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여 이런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서도 피고인이 더는 피해 학교들의 운영에 관여할 수 없도록 형기를 정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 이씨, 한 차례 가벼운 처벌 뒤 범행 수법 치밀·교묘해져

    이씨는 이전 범행에 대한 사법기관의 가벼운 처벌 때문이었는지 이후에도 자신의 범행을 중단하지 않고, 여전히 이전과 거의 같은 방식으로 법인기획실의 장소만을 대광여고에서 남광병원으로 옮겨 운영하면서 장기간에 걸쳐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

    이씨는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해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만 하도록 하고, 한 번에 2,000만 원 이 넘는 금액을 인출하지 않는 등 범행 수법은 더 치밀하고 교묘해졌다.

    이런 범행이 장기간 계속되는 동안 학교 구성원들은 이씨의 비리를 목격하고도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결코 무거운 처벌을 받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사법적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외부에 알릴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무력감과 좌절감에 빠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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