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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산업

    좀비기업, 또 다른 경제위기 불러오나

    [좀비기업문제 기획①]

    수년간 돈을 벌어서 이자비용도 못 갚는 상태가 지속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기업생태계를 어지럽힐 뿐만 아니라 외부 충격이 올 때 또다른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폭탄이 될 수도 있다. 좀비기업의 실태와 문제점, 대책을 두 차례로 나눠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좀비기업, 또 다른 경제위기 불러오나.
    2.쏟아지는 기업구조조정 대책, 효과는?
    (사진=자료사진)

     

    ‘잃어버린 20년’은 이웃나라 일본의 장기침체를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자칫하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각성을 주는 표현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좀비기업이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은 우리가 ‘잃어버린 20년’의 교훈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좀비기업은 사업 경쟁력이 없어 정부나 금융기관의 지원으로 연명하면서 다른 정상적인 기업까지 어렵게 하는 좀비 같은 기업을 말하는 신조어다.

    ◇ 돈벌어 이자비용도 못갚는 한계기업, 3,295개…재벌 대기업도 해당

    금융당국에서는 이런 기업을 지칭하는 말로 한계기업이라는 표현을 쓴다.
    <*한계기업 :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3년 연속 1미만인 기업으로 돈을 벌어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낸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지난 2014년 말 현재 한계기업은 전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15.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감사 대상 기업 :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부감사를 받아야 하는 비금융법인으로 25,452개(2009~14년 중 폐업업체 포함)에 이름. 일반적으로 자산규모 백 억원 이상인 기업이 해당된다.>

    한계기업수는 무려 3,295개나 됐다.

    이는 지난 2009년(12.8%, 2,698개)보다 2.4%포인트, 6백개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들 한계기업 가운데 지난 2005년~13년 중 한계기업 경험이 있는 만성적 한계기업은 2,435개나 된다.

    2014년말 현재 한계기업의 4분의 3 정도가 돈을 벌어서 이자도 갚지도 못하면서 2천년대 중반부터 계속 연명해 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재벌 대기업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른 것은 아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2014 회계연도 기준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30대 그룹의 1,050개 계열사(금융회사 제외) 가운데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전체의 22.5%인 236개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으로 보면 이자보상비율이 1미만인 계열사 숫자가 그룹 전체 계열사의 20%를 넘는 그룹은 30대 그룹 가운데 14개 그룹으로 절반 가까이나 됐다.

    ◇"좀비기업, 주변기업에 피해…잠재성장률 깍아먹어"

    기업이 영업을 하다 보면 이익을 못 내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한 두해가 아니라 몇 년째 계속된다면, 그것도 이익으로 빚도 못 갚을 정도가 된다면 심각한 일이다.

    그것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 기업의 사업성과 경쟁력에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런 부실한 좀비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금융지원으로 연명해 간다면 이것은 기업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다른 정상적인 기업에까지 해를 끼치게 된다.

    장우현 KDI 연구위원은 “좀비기업의 폐해는 그 기업에만 미치지 않는다. 주변기업까지 나쁘게 만든다. 퇴출돼야 하는데 안되면 옆에 잘나가는 기업도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런 기업이 존재하면 주변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져 결국 잠재성장률을 깍아먹게 된다”고 말했다

    그 폐해의 파급효과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금융지원으로 부실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경우, 이들 좀비기업이 한정된 시장수요를 잠식하고 노동과 자본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구체적으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의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한 산업의 좀비기업 자산비중이 10% 포인트 높아질 경우 해당 산업에 속한 정상기업의 고용증가율과 투자율은 각각 0.53% 포인트와 0.18% 포인트 가량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정대희 연구위원은 밝혔다.

    ◇"부실기업 제 때 정리 못한 것,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장기침체 주요요인"

    국가경제적으로 보면 한정된 재원이 좀비기업의 연명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큰 손실이다.

    다른 사업성이 있고 전도가 유망한 기업이 그 재원을 이용할 가능성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경제전반의 생산성과 역동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본의 경우 실제로 부실기업을 제 때 정리하지 못하고 연명시킨 것이 잃어버린 20년 동안 장기침체를 유발한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정대희 연구위원은 말했다.

    “1990년대초 일본에서는 부동산 버블 붕괴 이후 부실기업이 양산됐다. 은행들은 자본적정성 훼손을 우려하여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은 줄인 반면 부실기업에 대해서는 오히려 대출기간 연장과 이자면제 등을 통해 자금을 추가적으로 지원했다. 이에 따라 금융지원을 받은 좀비기업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버블붕괴 이전 4~6% 내외에 머물렀으나 90년대 후반에는 14%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해 부실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좀비기업이 증가할수록 정상기업의 고용과 투자가 위축되고 생산성이 낮은 기업의 퇴출을 저해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역동성이 저하돼 일본의 장기침체를 유발한 주요요인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 아닌가 우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도 일본처럼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제 때, 제대로 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기영 경기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가 일본의 20년전 모습을 따라가는 것 아닌가 얘기하는데 일정 부분 동의한다. 경기가 좋지 않으면 부실기업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일본의 경우 그것을 과감하게 정리하지 못하고 질질 끌고 오면서 경제가 활력을 잃고 노동이나 자본이 부실한 곳에 남아 있어서 경제활력을 떨어뜨려 침체가 오래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많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평균 경제성장률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1% 포인트씩 떨어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목도하고 경계하면서도 똑 같은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IMF 이상의 위기상황 올 수도"

    좀비기업 온존의 폐해는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부적인 충격이 왔을 때 경제위기를 초래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고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경고했다.

    “지금은 성장률이나 고용을 신경 쓸 때가 아니다. 발등에 떨어진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문제를 서둘러야 한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했고 중국 경제도 좋지 않는 등 외부여건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았는데 기업구조조정문제를 끄집어낸 것은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영업해서 이자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2, 30%나 되는 상황에서 외부에서 충격이 왔을 때 이들 한계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지면 IMF 이상의 위기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위험기업, 상장기업의 25%...금리 오르거나 수익성 악화 때 금융시장 불안요인"

    이런 경고는 이들 한계기업의 재무구조를 들여다 보면 수긍되는 측면이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2015년 1분기말 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12월 결산 628개 비금융상장기업 기준)의 재무구조 분석 결과 기업의 부채상환능력은 전체적으로 개선됐지만 부실화 위험이 높은 고위험기업의 비중은 25% 수준으로 줄지 않았다. 이들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밝혔다.
    <*고위험기업 : 국내 상장기업을 이자보상비율과 차입금/EBITA(세전, 이자지급전 영업이익) 기준에 따라 구분해, 2가지 지표 모두에서 위험하게 나오는 기업을 고위험기업으로 분류함>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들 고위험 기업의 차입금 비중은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서 2013년 31.9%를 기록한 이후 2014년 29.1%로 낮아졌다가 2015년 1분기에 34.6%로 높아졌다.

    2015년 1분기말 고위험 기업의 평균 차입금 규모는 6,774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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