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화학·조선 등 국가 경제를 이끌었던 주요 산업들이 세계 경기 불황과 중국의 저가 공세로 휘청이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구조조정 등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 화학업종, PTA 등 주요 제품 中 공세에 직격탄
화학업계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을 만드는 원료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 업체들이 중국 업체들에게 치명타를 맞고 있다. PTA 등은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제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서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폴리스틸렌(PS)·폴리카보네이트(PC) 등 합성수지와 카프로락탐(CTL)도 심각한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국내 PTA 전문업체인 한화종합화학과 삼남석유화학은 올해 상반기 232억원과 15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SK유화는 PTA 설비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은 PTA 45만톤 생산라인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인 고순도이소프탈산(PIA)으로 전환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 화학 업체들의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선 전문화와 대형화 등을 통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은 최근 "중국의 대규모 증설에 따라 PTA 시장의 업황이 악화된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맞다"고 말했다.
정부는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밝혔다.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은 "석유화학 업종은 선제적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며 "전문화와 대형화로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합의가 이뤄지면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철강·선박도 중국산 공급 과잉, 이대로 가다간… 철강업계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13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수입한 철근 중 중국산의 비중은 무려 87.4%에 달한다. 값싼 중국 제품이 국내 시장으로 쏟아지자 국내 철강업계는 내수에서 수출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코는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하락하자 해외 공장에서 생산된 철강 제품의 역수입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