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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석유수출국기구)의 감산(減産) 합의 불발로 유가 추가 하락 가능성이 높아지자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부 업종은 저유가로 단기 이익을 보고 있지만 글로벌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수출을 주력으로 하는 우리 경제 전반에 치명타를 안길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OPEC 감산 합의 불발 국제유가 30달러대…추가 하락 전망도지난 4일(현지 시각) OPEC 정기총회에서 감산(減産) 합의가 불발되면서 국제 유가는 30달러대로 떨어졌다.
통상 OPEC 정기 총회에서 감산 합의가 실패하면 국제 유가는 일정 기간 급락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때문에 산업계는 이번에도 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저유가에 가장 큰 수혜를 입는 업종은 석유화학업계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를 정제해 나오는 나프타를 분해해 나오는 에틸렌 시황의 호조로 2010년대 초반과 같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저유가의 영향으로 석유화학업종의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런 호황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역시 저유가의 수혜를 입고 있다.
통상 정유업계는 저유가가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지만,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2011년 이후 최대인 5조원 돌파를 눈 앞에 둘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들여와서 정제해 팔기 때문에 유가보다 정제마진이 수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정제마진은 3~4달러가 이익의 마지노선인데 올해 유가하락 국면에서도 정제마진은 배럴당 7~8달러대를 유지했다.
특히 정유업계는 저유가로 소비가 늘어나면서 큰 이익을 보고 있다.
올들어 지난 9월까지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5억7074만 배럴로, 최근 5년 사이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경유도 전년 대비 소비량이 11%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저유가의 수혜를 입고 있는 석유화학업종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속되고 있는 저유가는 이들 업종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으로 우리나라 올들어 지난달까지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 분야의 수출은 지난해보다 각각 21.8%, 37.3% 감소했다.
◇ 중후장대 산업 수출·수주 감소 "저유가 지속되면 경제 치명타"석유화학업종 등과 달리 건설업과 조선업, 철강, 기계 등은 글로벌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7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해외 건설 수주액은 406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70억달러)의 70%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산업설비 수주는 지난해 같은 기간(439억6300만달러)의 절반 수준인 234억달러로 급감했다.
해외건설협회는 "저유가의 영향으로 중동 등 주요 해외건설 시장의 경기가 악화하면서 우리 건설업체들의 수주가 급감하는 등 큰 피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업계는 수주 텃밭인 중동의 경기 위축이 지속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보고 국제 유가 변동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건설업 외에 조선업과 철강·기계 등도 저유가에 따른 수주 급감 등으로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다.
그동안 저유가는 우리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인식돼 왔지만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의 저유가 현상은 이같은 '공식'을 무너뜨렸다.
산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글로벌 저유가 현상은 석유를 원자재로 사용하는 대부분의 산업에서 매출 증대 없이 수익만 감소시키는 현상을 초래하고 있다"며 "저유가가 지속되면 경제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현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해 내년 1분기까지 공급 과잉에 따른 저유가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종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석유의존도가 높고 중후장대 산업이 주축인 우리경제는 글로벌 저유가로 인해 당분간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