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시민단체들은 한·일 당국자 회담에서 일본이 피해자 지원을 명목으로 출연하겠다고 밝힌 기금을 거부하고 대국민 모금을 진행하기로 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300여개 시민단체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와 기억재단 설립(안)'을 발표했다.
정의와 기억재단 설립은 지난달 28일 타결된 위안부 협상에 따라 일본이 10억엔의 기금을 출연해 피해자들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데 대해 반발한 김복동(90) 할머니의 제안으로 기획됐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사진=김광일 기자)
김 할머니는 "100억원(약 10억엔)이 아니라 1000억원을 줘도 우린 그런 돈 안 받는다"며 "아베가 직접 진심으로 사죄하고 법적으로 배상해야 하는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황"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우리 국민들이 서로가 손을 잡고 해서 재단을 만들자"며 "나도 비록 피해자지만 우리랑 같이 피해받고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함께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용수(89) 할머니는 "엄연한 조선의 딸들이 뭣 때문에 일본 군인 방에 들어가야 했냐"라며 "위안부를 만든 대한민국이 책임지라"고 울먹였다.
이날 직접 신청서를 작성해 모금함에 넣은 이 할머니는 "국민을 믿고 살겠다, 국민을 믿고 투쟁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금된 기금은 피해자 복지·지원사업, 진상 규명, 기록 보존사업, 평화비 건립·추모사업 등에 쓰일 예정이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 발족 기자회견(사진=김광일 기자)
시민단체와 각계 대표들은 앞으로 한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무효와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전국행동'을 발족하고 "각계를 규합하여 힘 있는 공동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모두 383개 단체와 335명의 시민이 참여한 '전국행동'은 서명운동과 전국 동시 수요집회, 3.1 거리행진 등을 열어 '합의 무효'를 시민사회에 호소할 계획이다.
정대협 윤미향 상임대표는 "여론을 결집해 정부와 정치권에 재협상을 압박하겠다"며 "국회에도 협상 무효와 재협상 약속을 받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외교부 청사 앞에서 외교부 관계자(오른쪽)에게 '한국 정부에 보내는 요구서'를 전달하는 국민행동 관계자들(사진=송영훈 수습기자)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앞까지 "한일 합의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한 뒤, 한국 정부에 보내는 항의서한을 외교부 관계자에게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