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실상 비밀리에 집필중인 역사 국정 교과서 문제가 오는 4월 총선에서도 주요 화두가 될 전망이다.
특히 공개하겠다고 약속하고도 4차례나 연기한 편찬기준의 총선 이전 공개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른바 '건국절' 수용이나 친일 독재 미화를 둘러싼 역사 인식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개연성도 높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근 "집필진의 경우 안정적인 집필 환경 보장을 위해 교과서 초안이 나온 뒤 공개 시점을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다"면서도 "편찬기준의 경우엔 국사편찬위원회 등과 공개 시점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편찬기준은 교과서의 서술 기준과 원칙을 담는 '가이드라인'으로, 일선 교사들 역시 편찬기준을 미리 살펴보면서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가늠하는 잣대가 된다.
역사학계 역시 편찬기준을 보면서 오류 가능성 등을 사전 검증해온 만큼, 새 교과서 집필에 들어가기 전 편찬기준이 공개되지 않은 적은 지금까지 없었다.
현 정부도 지난해 11월 4일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할 때만 해도 "편찬기준이 확정되면 11월말에 별도의 브리핑을 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신중하게 쟁점들을 점검하겠다"며 지난해 12월 7일로 공개를 연기했다가 같은달 15일로 잇따라 발표를 늦췄다. 이준식 교육부 장관 역시 지난달 7일 인사청문회 당시 "기준이 만들어지면 수정 작업을 걸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달 15일 이미 편찬기준을 확정한 뒤 본격 집필에 착수한 사실을 보름이 흐른 지난달말에야 슬쩍 공개했다. 당초 이 장관 직임 이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누리과정 예산 논란 속에 슬그머니 집필 강행에 들어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영 차관은 "객관적 사실과 헌법 가치에 충실하고 북한의 현황에 대해 학생들이 알 수 있게 해 대한민국에 자긍심을 갖도록 하겠다"며 "친일독재 미화 등은 당연히 들어가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편찬기준을 명확히 공개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 수립 시점이나 군사독재 서술 기준 등을 둘러싼 의혹의 눈초리는 피하기 힘들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이 설 민심을 겨냥한 대국민 홍보물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거짓말'을 박근혜 대통령의 5대 거짓말로 꼽았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