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기업협회 비상총회 참석자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개성공단 조업 중단으로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의 생계까지 위협받는 가운데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한 직조업체에서 근무하던 신모씨는 개성공단 뉴스를 보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하다.
신씨는 "사업장이 사라지고 일거리가 없어진 바람에 회사에 인력이 남으니 조직개편, 정리해고를 하지 않겠나"라며 "회사 안에서 서로 말도 섞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무겁다"며 걱정했다.
신씨를 더욱 답답하게 만든 것은 지난 12일 정부가 내놓은 개성공단 입주기업 지원 정부합동대책이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근로자에 대해서는 고용유지지원금, 근로자 생활안정 자금 융자 등을 통해 고용안정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유지지원금이란 사업주가 무급 휴업·휴직을 실시할 경우 해당 기간 동안 노동자 실직을 막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급되는 지원금이다.
또 근로자 생활안정 자금은 혼례비나 학자금, 의료비 등 각 항목 별로 최대 1000만원까지 연 3% 금리로 융자받을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근로자 평균임금 50%(1일 4만원) 이하만 지원해줄 뿐으로, 그나마도 최장 180일까지만 지원하도록 제한된다.
정부 관계자는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최근 3개월 동안의 재고량이나 생산량, 매출액 등을 고려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며 "이 경우 고용보험법 시행규칙에 따라 고용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곧바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작 '혜택'을 받을 개성공단 노동자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신씨는 "정부 대책은 기존에 있던 제도를 끌어들인 일시적 방편 아니냐"며 "차라리 회사를 그만 두고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게 낫지, 소극적인 정부 대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그동안 개성에서 땀 흘린 시간을 생각하면 억울하고 눈물만 난다"며 "개성에 볼모처럼 보내놓고 대책도 없이 일자리를 빼앗으니 북한과 다를 게 없다"고 비난했다.
역시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한 제조업체에서 일하던 김모씨는 "우리도 기업도 잘못이 없는데 왜 기존 대책을 재탕해 지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개성 공단을 정상화해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정부 지원은 예산과 법에 따라 집행되기 때문에 갑작스레 편성하기 어렵다"며 "노동자 개인을 지원하기보다는 철수한 기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정부 대북정책에 따라 고용 존폐 자체가 하루아침에 사라진 만큼 정부가 고용 여부를 책임지겠다는 각오로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단지 기존 대책의 수급 요건을 완화해주는 한시적 미봉책으로 대처한다면 정부의 책임방기"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과 노동자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데 충분한 안전망도 미리 마련하지 않은 채 개성 공단 중단 조치를 시행해서 생존권을 박탈한 셈"이라며 "정부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아 애꿏은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