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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의 목소리] 성호여권에 찍힌 '출국 도장'의 비밀

사회 일반

    [416의 목소리] 성호여권에 찍힌 '출국 도장'의 비밀

     

    2014년 4월 10일

    여름방학이 되면 성호를 말레이시아에 데려오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아이가 탈 비행기 표를 사고 나니, 벌써부터 우리 성호가 못 견디게 보고 싶어집니다.

    2014년 4월 16일


    말레이시아에서 세월호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내를 먼저 팽목항에 내려 보내고, 밤 11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2014년 4월 20일

    성호가 돌아왔습니다. 진도대교에서 소식을 듣고 병원에서 성호를 만났습니다. 18살이 된 성호의 얼굴을 오늘에서야 나는 처음으로 보았네요.

    2014년 7월 25일

    성호 비행기 티켓을 들고 인천 공항에 갔습니다. 사정을 얘기했더니 결국 성호 여권에 출국 도장이 찍혔습니다. 성호 여권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찍힌 그 도장을 보며 내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여섯번째 손님은 성호 아빠, 최경덕 씨 입니다.

    이제 이 세상에 없는 성호의 여권에 2014년 7월 25일 찍힌 출국 도장에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요?

    성호아빠는 2013년 10년 말레이시아로 해외 발령을 받았습니다. 그해 겨울 이틀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온 게 전부였고 다시 말레이시아로 떠났습니다.

    2014년 4월 10일 성호아빠는 방학중에 성호를 말레이시아에 부를 생각으로 왕복 항권권을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비행기 티켓의 주인은 이제 세상에 없습니다. 성호의 출국 예정일이었던 2014년 7월 25일 최경덕 씨는 인천공항으로 가서 사정을 얘기하고 성호 여권에 출국 도장을 하나 찍었습니다.

    출국 도장만 있고 입국 도장이 없는 성호 여권은 지금 최경덕 씨가 항상 들고 다닙니다. 성호를 데리고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서라고 하네요.

    성호의 컴퓨터를 켜면 자동 로그인 된 성호의 트위터가 보입니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1분 "인천에서 제주로 가는 세월호 입니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다고요. 살려달라고요"

    소설가가 되겠다던 성호가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글이었습니다.

    4월 17일 새벽 5시에 한국에 도착한 최씨는 KTX를 타고 곧바로 목포로 간뒤 팽목항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때가 오후 1시쯤이었습니다.

    처음 이틀동안은 성호 걱정에 경찰이나 공무원 등 현장에 있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마음이 들었습니다. 대통령도 왔다 갔습니다.

    그런데 조금 이상했습니다. 가족들이 보기엔 크게 구조 작업을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뉴스 보도들은 한결같이 열심히 구조를 하는데, 최선을 다해서 구조하고 있는데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19일 밤 가족들이 폭발했습니다.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로 가자"

    그런데 가족들의 도보 행진은 20일 오전 진도대교 초입에서 경찰에 의해 제지 당했습니다. 공권력은 더이상 가족의 편이 아니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350만명의 서명이 담긴 용지를 박스 416개에 나눠담아 국회를 찾았습니다.

    국회 관계자로부터 "알았으니 서명용지가 담긴 박스는 그냥 도로 가져가시라"는 짤막한
    답변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번번히 거절 당했습니다. 한번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광화문 농성 때에는 경찰이 캡사이신을 눈에 집중적으로 쏘았고, 경찰차로 끌려가는 과정에서는 팔이 꺾이기까지 했습니다.

    "참사 이후에도 변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정부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4월 20일날 아침에 그 진도대교를 막아섰던 경찰들과 똑같은 모습을 계속 봐왔어요 그 뒤에도. 국회를 막아서고 청와대를 못가게 막아서고 광화문을 막아서고. 유가족들이 뭔가를 할 때 경찰들이 막아서는 모습은 참사 직후와 지금까지 전혀 바뀐게 없는 일관된 모습니다"

    '416의 목소리' 전체 방송은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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