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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의 목소리]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어요"

사건/사고

    [416의 목소리]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어요"

    방송에 출연해 녹음을 함께 하고 있는 장훈 씨. (사진 = 416의 목소리 제공)

     


    "제가 아주 나쁜 일을 많이 해서 죽으면 지옥에 가겠죠. 내 자식이 40미터 물속에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 상태. 거기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 꺼내 주지 못하는 상태. 그게 지옥이더라고요. 팽목항에 있는 부모들이 할 수 있는 건 멍하니 상황판을 쳐다보는 거였습니다.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어요"

    '416 기억저장소'가 기획한 팟캐스트 '416의 목소리'. 일곱번째 손님은 준형이 아빠, 장훈 씨 입니다.

    장훈 씨는 농수산물 시장에서 새벽 장사를 했습니다. 새벽 2시에 경매가 시작되니까 그 전에 출근을 해야하기 때문에 준형이가 수학여행 갈 때도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평생에 한으로 남을 것 같은데 준형이 마지막 가는 그걸 보지 못했어요. '잘 다녀와'하고 인사도 못하고 용돈도 못 준 것 같고 더 마음 아픈 건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 아들한테 사랑한다는 얘기도 안해 본 것 같습니다. 그게 진짜 한이 되는 거죠"

    준형이는 일찍 철이 들었습니다. 뭘 갖고 싶은게 있어도 가정 형편을 생각해서 아빠한테 먼저 사달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축구를 좋아했던 준형이는 제일 친한 친구의 축구화를 빌려신곤 했습니다.

    "이청용 선수를 좋아해서 자기 별명을 '블루드래곤'이라고 했던 아이였는데, 축구화는 빌려신었더라고요. 축구화 하나 제대로 못사주는 부모였어요. 참 한심스럽죠(눈물)"


    준형이는 옛날 구형 휴대전화를 사용했습니다. 이것 역시 아빠한테 부담주기 싫어서 내색을 하지 않고 그냥 사용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났던 그날 그 전화로는 통화가 잘 안됐다는 겁니다. 그래서 준형이는 친구 전화를 빌려서 고모와 마지막 통화를 했습니다.

    "4월 16일에 진도로 내려가면서, 그때까지만 해도 살아있는 줄 알았죠. 그래서 준형이 녀석 올라오면 물에 빠져도 되는 방수 핸드폰을 하나 사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준형이의 구형 핸드폰은 아직 못 찾았습니다. 아직 배안에 있을 겁니다"

    장훈 씨는 세월호 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분과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습니다.

    "준형이한테 널 위해서 내가 하나도 해준 건 없지만, 네가 간 다음에 이만큼은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 바로 이 얘기를 해주고 싶은거예요. 살아있을 때 해준 게 너무 없어서..."

    그런데 궁금증이 생깁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도 엄연히 존재하는데 부모님들이 따로 진상규명분과를 만들어서 활동하는 이유는 뭘까요.

    "세월호 참사에 가장 확실한 증거는 하나 밖에 없어요. 배 하나 밖에 없습니다. 사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방법은 그거 하나 밖에 없어요. 그게 진상규명의 핵심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2015년 1월 1일에 세월호 특별법이 시행됐습니다. 특별법에 따르면 특조위의 활동 기간은 1년, 그리고 6개월 연장이 가능합니다. 이 논리에 따르자면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도 이제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장훈 씨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아무도 얘기를 안하니까 특조위 시작점은 모르겠어요. 하지만 끝나는 곳은 제가 알아요. 배가 인양되고 6개월 후. 충분히 조사가 이뤄졌을 때 그 때가 특조위 끝나는 때라고 생각해요"

    한편 특조위는 지난 7일 오전 전원위원회를 열어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활동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에 정부와 국회에 제출하는 백서 작성을 위해 조사활동이 끝난 이후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특조위 구성을 완료한 시점부터 1년 9개월까지 활동이 가능해진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지만 특조위 구성이 언제 완료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합니다.

    1년 9개월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충실한 조사를 했느냐가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요.

    끝으로 장훈 씨는 모든 참사는 우연의 우연이 겹쳐야만 일어난다는 '스위스 치즈 이론'에 대해 강조했습니다.

    ​스위스 치즈는 발효균으로 인해 구멍이 자연스럽게 뚫리는데 이 구멍들은 웬만해서는 서로 겹치게 뚫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치즈를 수확하기 위해 치즈 여러 개를 겹치는 순간 놀랍게도 한 구멍으로 긴 막대를 충분히 통과시킬 수 있을만큼 구멍의 통로가 이어져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이렇듯 대형 참사는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조건들이 우연히 한날 한시에 겹치면​ 일어나게 되는 것이라는 이론입니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을 뭘까요. 그 우연과 우연의 연쇄작용을 가벼이 보지 않고, 그것이 발현되지 못하도록 안전조치를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아닐까요.

    "전 제 아들이 죽는 그 순간에 나라가 제대로 돌아갔는지만 알면 됩니다. 나라 자체가 맨 위에서부터 맨 밑에까지 제대로 돌아갔으면, 돌아갔는데도 우리 아들이 저렇게 죽었다고 하면 어쩔 수 없죠. 만약 그렇다면 진짜 어쩔 수 없는 사고로 죽었다고 생각하겠는데... ..."

    '416의 목소리' 전체 방송은 팟캐스트 포털서비스 ‘팟빵’, 416의 목소리 페이스북 페이지, 노컷뉴스 홈페이지 등에서 청취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않겠습니다. 가족의 소리를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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