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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140분 발언에서 대통령의 서운함을 읽다

대통령실

    [행간] 140분 발언에서 대통령의 서운함을 읽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3년만에 중앙언론사 보도, 편집국장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 간담회를 가졌죠. 박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하는지 많은 국민이 주목했습니다. 왜냐하면 집권여당의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이 얼마나 변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인데요. 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어록, 그 행간 살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에 걸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많이 했어요?

    ◆ 김성완> 박대통령이 얼마나 발언을 많이 했는지, 간담회 시간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당초 예정된 시간이 1시간 30분인데, 이 시간을 넘겨 2시간 10분 동안 계속됐거든요. 이 시간 대부분을 편집보도 국장들이 돌아가며 질문했고 박 대통령이 답변했는데, 박 대통령의 모두 발언을 뺀 질의응답 전문만, 10포인트 크기로 A4용지로 24장 분량에 이릅니다.

    이 중에서 가장 기대하고, 관심을 가졌던 발언은 역시 총선 평가였는데요. 박 대통령은 "식물국회에 변화와 개혁이 있어야 되겠다 생각하신 것 같다. 그래서 양당 체제에서 3당 체제를 민의가 만들어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국면전환용' 개각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는데요.

    또 경제분야의 최대 이슈인 구조조정에 대해선 "양적완화를 통해 해결하겠다", 야당이 반대해온 파견법에 대해선 "일석 사조 효과가 있다"며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 대해선 "국정교과서를 안 하면 북한에 의해 통일된다"고 하면서 국정화를 폐기할 뜻이 전혀 없다고 말했구요.

    이밖에 대북문제, 한일위안부 합의, 세월호 특별법 개정 등 정치현안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내놨습니다. "제대로 못해서 욕 먹는다면 한이 없겠다", "비애와 허탈함을 느겼다"는 감성적인 표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들과 만난 대통령, 그 어록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26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변한 건 없었다"입니다.

    저 뿐만 아니라 오늘 아침자 신문들의 대체적인 평가이기도 한데요.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대통령="">입니다. 조선일보는 1면에선 "3당 대표와 회동 정례화하겠다"는 박 대통령 발언 부각하면서도, 사설에서는 "박 대통령이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는 단 한마디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청와대 책임론을 비켜간 총선 평가에 대해선 "이렇게 남 얘기하듯이 해서야 얼마나 많은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는데요.

    이런 언론의 지적은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총선 직후 각종 여론조사로 체감되는 국민의 분노는 여당을 넘어 박 대통령으로 향해있는 상황인데요. 세월호, 메르스 사태, 위안부 합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국가적 위기에도 책임지지 않는 자세. 일방향식 국정 운영, 민생경제에 대한 무능, 이런 것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정권 심판을 한 것이란 분석에 언론들과 여론조사기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동의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박 대통령 발언을 보면, 여론과 정반대입니다. 이번 선거가 국회를 심판한 것이라고 판단하면서 청와대 개편도 개각도 없다, 연정도 없다, 이렇게 단칼에 잘라 버린 겁니다. 국정 현안에 대해서도 전혀 바꿀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경향신문 사설은 이런 박 대통령 태도에 대해 "마치 다른 시공간에서 온 사람 같다"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 김현정> 편집보도국장들과 만난 대통령, 어록에 또 행간이 있다면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나는 참 억울하다"입니다. 자신은 열심히 하는데 참 몰라준다고 대통령은 생각하고 있다는 거죠.

    실제로 박 대통령의 발언 곳곳에 억울함이 묻어나있습니다. "뭘 해보려는 것을 다 발목 잡아놓고 투자가 안 되느니, 경제 활성화 안 되느니 그러면 안 된다"고 했구요. 또 이번 총선 참패의 주요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친박 공천과 진박 마케팅에 대해서는 "난 친박을 만든 적도 없고, 친박이라는 말 자체가 선거 때 마케팅으로 등장한 것이다"라면서, 대통령은 전혀 무관하고 남들이 그냥 만들어낸 이야기란 인식을 드러낸 것입니다.

    또 배신의 정치 논란을 일으킨 유승민 의원에 대해선 "자기 정치를 하면서 대통령을 힘들게 한 사람들" 또 "비애 허탈감을 느꼈다"는 표현까지 하면서 비판했는데요. 심지어는 "여당과 정부가 맞지 않는 것이 여소야대 국면보다 힘들다", "의원들이 당선 뒤 자기 정치를 한다" 이러면서 비박계에 대해 불신을 거듭 표현했습니다. 유승민 의원 복당은 "당이 안정된 뒤 판단할 문제"라고 답변해서 조기 복당에 사실상 반대했구요.

    사실 박 대통령이 친박연대를 용인하고, 진박 후보들이 출마한 지역만 골라 방문한 것을 두고 진보 보수할 것 없이 모든 신문들이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심지어 그것의 역풍으로 여당이 참패했다는 평가도 나왔는데, 박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다, 참 억울하다고 인식하는 것, 총선 여론과는 좀 동떨어진 느낌입니다.

    ◇ 김현정> 대통령 어록, 행간이 더 있나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내일 국정수행 지지도 여론조사가 답을 해 줄 것이다"입니다.

    내일 여론조사가 나오는데 '국민들이 어제 대통령 발언에 대해 공감했는지, 아니면 어이없다고 판단했는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나는 변하지 않는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이 30% 이하로 떨어진 대통령의 지지율을 더 올려줄지, 아니면 더 추락시킬지 관심이 모아지는 것도 그 때문인데요. 국민의 반발이 더 커질지, 아니면 박근혜 대통령 발언과 생각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어날지, 내일이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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