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내 다른 부서의 송년회에 참석했다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맨홀에 빠져 사망한 남성이 법원에서 업무상 재해를 인정 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이진만 부장판사)는 A 씨의 부인이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한 전자부품 제조회사의 시제제작반에서 일하던 A 씨는 2013년 12월 10일 사내 협력부서인 내층반의 송년회에 참석했다.
A 씨는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원들이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밝히자 자신이라도 잠시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에 식당으로 향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7시쯤 자리를 떴지만, 이미 자신의 주량인 소주 5잔을 넘어 소주 2병 가량을 비운 상태였다.
만취한 A씨는 비틀 걸음으로 식당에서 집까지 1㎞ 남짓한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공사장 하수구 맨홀에 빠져 다음날 오후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215%였다.
비통한 소식을 접한 아내는 2014년 4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등을 청구했지만, 공단 측은 "회식이 A 씨의 부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A 씨가 강제성 없이 자발적으로 참석했다"면서 기각 처분을 내렸다.
재심사 역시 기각되자 아내는 법원에 소송을 냈고, 재판부는 "다른 부서의 회식일지라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며 아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용자 측의 전반적인 지배·관리 하에서 이뤄진 회식에서의 과음으로 인해 정상적인 거동능력이나 판단능력을 상실해 사망 사고에 이르렀다"면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시제제작반과 내층반은 업무 처리상 상호 긴밀한 협조·보완 관계에 있다"며 "내층반은 회식을 할 때 시제제작반 근로자들을 관례적으로 초대했는데, 당시 회식 자리도 마찬가지였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상 회식이기 때문에 사용자 측이 과음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고 사실상 유도 또는 방치한 이상 A 씨에게 음주를 강요했거나 권유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번 사고를 개인의 위험 영역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