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명동점이 18일 개장한 데 이어 20일에는 두산면세점이 동대문에 문을 연다. 이로써 지난해 7월 1차 선정된 HDC신라, 한화갤러리아63, SM면세점에 이어 지난해 11월 2차 선정된 신세계와 두산까지 신규 면세점 5곳이 모두 영업에 들어간다.
이로써 서울 시내에서 9개 면세점이 무한경쟁에 돌입했고 올 연말 4곳이 추가되면 모두 13개 면세점이 격돌하게 된다. 2014년초 6개였던 서울시내 면세점이 2년만에 두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정부의 무원칙한 면세점 정책으로 한정된 시장에서 수익성 저하와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가 특허 발표로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과 SK워커힐면세점은 모두 구제받고 현대백화점도 기회를 잡을 전망이다.
이럴 바에는 아예 면세점 특허를 없애고 시장을 오픈했어야 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쓸데없는 경쟁으로 시장에 혼란만 가중시켰다”면서 “차라리 정부가 손을 떼고 자유경쟁으로 시장에 맡기는 게 나을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냈다.
그렇다면 면세점은 계속 황금알을 낳는 오리가 될 수 있을까? 업계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시장의 파이는 한정적인데 나눠먹을 입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정부 말대로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인 등 외국인관광객은 메르스 사태가 터졌던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10%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해왔다. 사상 최대인 1420만명이 찾아온 2014년에는 전년대비 16.6%나 급증했다. 한국관광공사의 올해 목표치는 1650만명이다.
하지만 면세점 수를 늘려도 너무 늘렸다. 한정된 황금알을 쪼개먹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또다른 문제는 이렇게 정부가 업체들의 목줄을 틀어쥐고 ‘밀당’을 하는 사이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콧대가 높아지면서 국내 면세점들이 철저한 ‘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샤넬, 루이비통, 에르메스 등 3대 명품의 입점이 면세점의 ‘격’을 결정한다는 인식으로 면세점간 명품 유치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명품 회사들의 아시아 매장수 제한 방침에 재벌간 자존심 싸움까지 겹치면서 명품 모시기 경쟁은 살벌하다 못해 눈물겹기까지 하다.
이렇다보니 명품들은 과거 절반씩 부담하던 인테리어 비용을 전액 면세점에 떠넘기는 등 ‘갑질’ 모드를 보이고 있다. 면세점들간 과도한 경쟁으로 명품들의 배만 불리게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엄청난 투자비용에 비해 매출이 기대보다 부진할 경우 머지않아 문을 닫는 면세점이 생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2~3년 내로 인수합병되거나 철수하는 곳이 생길 것”이라며 “신규 사업자, 특히 중소기업 면세점들은 힘에 부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전처럼 황금알을 낳는 오리는 기대하기 어려운 수익구조가 됐다”며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오리 배를 갈라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