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홈스토리생활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관계자 간담회에서 한은숙 고용노동부 외국인력담당관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시범사업으로 입국해 아이돌봄 서비스를 시작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가운데 2명이 이탈해 행방불명인 가운데, 긴급 현장 간담회 결과 이들이 임금 지급 문제로 이탈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외려 현장에서 일하는 가사관리사들은 서비스하는 가정으로의 이동시간 문제나 중간에 비는 시간에 식사나 휴식 장소가 마땅치 않다는 점, 통금으로 자유가 제약되는 점 등을 어려움으로 토로했다.
서울시와 고용노동부는 24일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참여 업체 H사의 회의실에서 업체 관계자와 가사관리사 조안, 에리카 씨가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현장에서의 애로사항 등에 대해 청취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임금 때문에 이분들이 직장을 이탈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있었는데 이제 확인하기로는 그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교육수당을 3번에 나눠 드렸는데 200만원이 좀 넘는 금액이다 보니까 굉장히 큰 금액으로 느껴졌다(는 반응이었다)"며 "심지어 에리카 씨는 자기가 받은 수당을 본국에 송금도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간담회에서 급여지급 방식을 주급제로 변경하는 방안도 논의했는데 오히려 계획적으로 쓰기 힘들다는 점에서 월급제를 더 선호한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가 아이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이날 참석자들은 임금 등 금액적인 부분보다는 돌봄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밤 10시 통금 등의 문제를 제기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조안은 "우리는 성인인데 시간을 관리할 자유는 있어야 한다고 본다"며 "저녁 8시 정도 일이 끝나고 숙소에 오면 9시쯤이 되는데 통금이 있어 바깥 활동이나 해야 할 일들을 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업체 측에서는 "(들어오는 시간을) 밤 10시로 정해놓고 들어오신 분들을 조별로 체크해서 확인을 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기숙사 운영 기본 원칙을 자율적으로 정리를 해서 진행을 했었던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에리카는 하루 8시간을 한 가정에서 일 하는게 아니라 2가정에서 3가정까지 쪼개서 일하다보니 이동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하고, 공원이나 지하철 역에서 식사를 하는 등 비는 시간에 휴식을 제대로 취할 곳이 없는 것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들의 의견을 들은 김 실장은 "다음에 신규배치 할 때는 최대한 이동시간 간격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통금시간을 밤 10시에서 12시로 늘려달라는 얘기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고용노동부는 E-9 비자로 입국한 가사관리사의 취업 활동 기간을 현행 7개월에서 최장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6개월짜리 짧은 시범사업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 실장은 "이번에 (시범사업)하면서 다자녀를 우선시하다보니 가사관리사들이 (여러 아이를 한번에 돌보느라) 굉장히 고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업무 관련해서는 이용 가정에서는 근무시간보다 일찍 와서 시간도 잘 지키고…점수로 하면 거의 100점 만점에 가깝다는 평가"라고 강조했다.
이탈 문제가 발생했지만 돌봄 서비스를 받는 쪽에서는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부각시켰는데, 이번 이탈사고를 계기로 단순히 임금 문제 뿐 아니라 외국인 가사관리사들의 생활이나 편의 문제 등에도 좀 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이 확인됐다.
한편 지난 15일 무단 이탈한 가사관리사 2명 중 1명은 현지에 있는 가족과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 소재는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25일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다음날인 26일 업체 신고가 이뤄지고, 1개월 이내 강제 출국 명령이 내려진다. 강제 출국에 불응하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전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