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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남찬가 작가 "예상 못한 입상, 더 예상 못한 고소장"

사회 일반

    우남찬가 작가 "예상 못한 입상, 더 예상 못한 고소장"

    -21세기에 특정인물 찬양이 웬말?
    -이승만 공과를 함께 담고 싶었다
    -업무방해? 심사위원 자질 부족
    -6천만원 위자료, 법으로 개인속박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장민호('우남찬가' 지은이)

    지난달 큰 화제를 뿌린 시 한 편이 있었습니다. 자유경제원이라는 곳에서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이라는 걸 개최해서 15편의 시를 뽑았는데요. 그중 ‘우남찬가’라는 국문시와 ‘To the promised land’라는 영문시 2편이 논란이 됐습니다. 이 시 두 편은 가로로 읽으면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미하는 시인데 발상을 전환해서 각 행의 앞글자를 따서 세로로 읽으면 이승만 비판시가 되는 거죠.

    ‘한반도 분열’,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한강 다리 폭파’ 이런 식이 되는 겁니다. 영문시의 경우도 알파벳 앞 글자를 따서 쭉 나열해 보면 ‘네가 가라 하와이’ 이런 식이 되는 식이죠. 입상한 시가 이렇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대회는 세간의 웃음거리가 됐습니다. 그러자 자유경제원이 최근 이 시의 작가들을 고소했습니다.

    이 작가들, 그동안 한 번도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는데요. 저희가 어렵게 접촉을 했습니다. 입장을 직접 들어보죠. ‘우남찬가’의 작가 장민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장민호 씨 나와 계세요?

    ◆ 장민호> 안녕하세요. 장민호입니다.

    ◇ 김현정> 대학생이시네요?

    ◆ 장민호> 네, 대학생입니다.

    ◇ 김현정> 혹시 국문학도세요?

    ◆ 장민호> 아니요, 저는 사회복지 학도고요. 국문학은 전공한 적은 없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이 공모전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 장민호> 우연치 않은 기회에 제가 친구에게 이 공모전이 개최된다는 소리를 듣고. 그렇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러면 평소에 정치, 사회, 역사 이런 쪽에 관심이 많으셨고요?

    ◆ 장민호> 그렇죠. 평소에도 정치나 사회나 역사에 관심을 가졌었고 그래서 이 공모전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더 약간 의아했죠.

    ◇ 김현정> 의아했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장민호> 그게 지금 같은 시대에 특정 인물을 찬양하는 공모전을 개최한다는 게 과연 이게 합당한 일인가? 많은 생각이 들었거든요.

    ◇ 김현정> 그러셨어요. 입상할 줄 아셨습니까?

    ◆ 장민호> 전혀 몰랐죠. 일단은 입상할 줄도 몰랐으니까요. 이렇게 논란될지도 몰랐습니다.

    ◇ 김현정> 그럼 이 시를 쓸 때 애초에 가로와 세로의 내용이 다른 일종의 풍자시를 쓰겠다라고 의도를 하고 쓴 건가요?

    ◆ 장민호> 물론이죠. 제가 당연히 의도한 시였고, 가로에는 찬양 내용을 담고 세로에는 비판 내용을 담았죠.

    ◇ 김현정> 왜 그런 생각을 하셨어요? 이런 시적 장치를 실험해 보겠다라고 생각한 의도가 있다면?

    ◆ 장민호> 그게 이승만 전 대통령 같은 인물 같은 경우는 공과 과가 매우 확실한 평가를 받기 때문에 그분의 공과 과를 한번 한 시에 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 가지고 어크로스틱이라는 기법을 통해서 제가 한번 시도를 했던 것이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런 것이 기존에 시에서 쓰이는 장치, 용납되는 기법이군요?

    ◆ 장민호> 그렇죠. 아주 오래 전부터 많이 썼던 기법이죠.

     

    ◇ 김현정> 그러니까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우남찬가>
    한송이 푸른 꽃이 기지개를 펴고
    반대편 윗동네로 꽃가루를 날리네.
    도중에 부는 바람은 남쪽에서 왔건만
    분란하게 회오쳐 하늘 길을 어지럽혀
    열사의 유산 겨레의 의지를 모욕하는구나.

    이게 1연인데요. 이렇게 가로로 쭉 읽으면 이승만 대통령의 찬양시고요. 그런데 앞을 뚝 따서 한 글자씩 따로 써서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이렇게 되는 거예요.

    ◆ 장민호> 의도하지 않고서는 그렇게 쓸 수가 없죠.

    ◇ 김현정> 그래요. 그런데 자유경제원은 바로 그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장민호 학생을 업무방해, 명예훼손, 사기 혐의로 고소했는데요. 또 동시에 6000만원의 민사고소도 했고요. 고소장 딱 받고는 어떠셨어요?

    ◆ 장민호> 설마 이게 고소를 당할까 싶었어요. 전혀 기대 안 하고 있다가 소장을 받았고 또 소장에 명시된 내용 중에 민사 손배소로 거의 6000만원에 달하는 위자료를 청구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이가 없었죠.

    ◇ 김현정> 어이가 없었다?

    ◆ 장민호> 네. 왜냐하면 일단은 공모전이라는 게 작품을 출품하는 사람 같은 경우에는 어떤 작품을 내든 다 자유롭게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분명히 그 심사위원들이 존재하고 결국은 자신들이 제 시를 보고 뽑은 거 아니겠어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이걸 일부러 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서 ‘가로로만 읽으세요’라고 한 것도 아니고요?

    ◆ 장민호> 그리고 세로 행을 읽다 보면 문학을 전공하거나 전문가분들은 단번에 알아챌 수 있는 그런 오류들이 있어요.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 장민호> 예를 들면 ‘이승만’을 ‘리승만’으로 쓴다거나, 혹은 ‘인민군’을 ‘린민군’이라 쓴다거나요. ‘린민군’ 같은 경우는 심지어 두문법칙이 적용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조금만 유의해서 보면 다 알 수 있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지금 보면

    국가의 아버지로서 국민을 보듬고
    민족의 지도자 역할을 하셨으며
    버려진 이 땅의 마지막 희망으로
    린민군의 압제에 당당히 맞서니

    이렇게 돼 있어요. 앞글자를 보면 ‘왜 린민군이라고 썼지? 이게 무슨 의도가 있나?’하면서 세로로 읽어봤으면 ‘국민 버린 도망자’ 이렇게 읽혀지는 걸 알았을 거다?

    ◆ 장민호> 그렇죠.

    ◇ 김현정> 겁나지는 않으셨어요? 대학생인데 이런 거액의 위자료 고소장을 받으셨으니까요?

    ◆ 장민호> 저는 하나도 겁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쪽이 제시하는 위자료 돈이 그대로 다 판결에서 나올 수도 없고요. 저는 그냥 표현의 자유로 내 시를 써서 또 공모전에 냈을 뿐이고요. 저는 별로 겁나지 않습니다.

    ◇ 김현정> 어떤 입장인지 알겠습니다. 하지만 자유경제원 측에서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 시는 이승만 대통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공모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됐다. 즉 취지에 맞지 않는 시를 공모한 자체가 업무방해다.’라는 건데요. 어떻게 생각을 하세요?

    ◆ 장민호> 그건 말이 안 되는 게요. 애초에 공모 요건에 ‘비판하는 시를 내지 마라’라는 요건도 없었고요. 분명히 제 시에는 찬양하는 요소도 들어 있습니다. 동시에 비판요소도 들어 있고요. 그렇게 자유롭게 제가 문학적으로 잘 버무려서 제출한 건데 저는 그 공모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할 수가 없네요.

    ◇ 김현정> 그런데 자유경제원 측에서는 명예도 훼손당했다라고 주장을 합니다. “이 우남찬가라는 시가 입상을 한 후에 인터넷 게시판에다 상장 사진과 출판물을 올리면서 자유경제원을 조롱했다. 누군가 밑에다가 댓글로 ‘수상자하고 이름이 다르다’라고 얘기하니까 장민호 씨가 ‘그거 가명이지롱’ 이런 식으로 조롱의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라는 건데요. 어떻게 답하시겠습니까?

    ◆ 장민호> 가명을 썼다는 것 자체가 상대를 조롱했다라고는 할 수는 없고요. 또 제가 가명을 썼다는 건 문학가들 중에서 필명 쓰는 건 다 대수롭지 않은 일이니까 그런 걸로 꼬투리잡기에는 좀 억지가 있는 것 같네요.

    ◇ 김현정> 그런데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 밑에다가는 PS로 ‘아직 안 들킴’, 이건 왜 적으셨어요? 이것만 봐도 고의로 시공모전 업무를 방해한 걸 공공연히 드러내었을 뿐 아니라 명예를 훼손하고 있다라는 게 지금 자유경제원 측 주장인데요.

    ◆ 장민호> 그것도 웃긴 게요. ‘안 들킴’이라고 표현한 건 제가 의도한 바를 그 사람들이 아직 캐치하지 못한 것 같다라는 뜻이지, 그게 제가 뭐 고의로 방해하고자 했다라는 걸 의미하긴 힘들 것 같은데요.

    ◇ 김현정> 그래요. 심사위원장이었던 복거일 작가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마일드한 테러고 유치한 해프닝이다.’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장민호> 글쎄요, 진정으로 마일드한 테러라고 생각을 했으면 고소를 진짜 했을까 의문이고요. 이런 기본적인 시적 장치도 파악하지 못하는데 과연 그분이 문학전문가로서 앞으로 설 자리가 있을까, 그게 참 안타깝네요.

    ◇ 김현정> 심사위원들이 기본적인 문학기법조차 이해하지 못했다면 과연 이분들이 심사할 자격이 있었겠는가?

    ◆ 장민호> 고소 자체가 유치한 해프닝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 시가 입상한 것이 유치한 해프닝이라기보다는 이걸 가지고 고소하는 모습이 더 유치한 해프닝이라는 말씀이군요. 어쨌든 고소장은 날아왔습니다. 6000만원 상당의 위자료도 물게 생겼고 형사상 처벌도 당하게 생겼는데 법적 대응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 장민호> 일단 지금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 제가 변호를 요청했고 지금은 담당 변호사가 배정 받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김현정> 영문시를 썼던 분하고도 함께 준비하고 계세요?

    ◆ 장민호> 제가 소장 받은 직후에 제가 연락을 취해 봤는데 아직까지 좀 답변을 받지 못해서 잘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대중을 향해서 있다면 해 주시죠.

    ◆ 장민호> 이번 상황 같은 경우는 제가 보기에는 표현의 자유가 쟁점인 것 같은데요. 일개 개인이 자유로운 의견을 표출했는데 어떻게 보면 거대한 기업에서 자신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법적인 절차로 그 개인을 억누르려 한다면 과연 정말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인가. 저는 그걸 묻고 싶어요, 그 사람들한테.

    ◇ 김현정> 작가의 입장 여기까지 들었습니다. 저희가 자유경제원 측에도 반론 인터뷰를 요청했는데요. ‘고소장을 제출한 그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다’라는 답변과 함께 인터뷰를 거절했다는 사실 청취자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장민호 씨, 여기까지 말씀 듣고요. 원만하게 잘 해결되기를 기대하겠습니다.

    ◆ 장민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자유경제원이 개최한 이승만 시 공모전에서 우남찬가를 응모해서 고소당한 주인공입니다. 장민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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