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성대학교가 지난 4월 준공한 건학기념관. (사진=송호재 기자)
부산의 한 대학교가 수백억 원을 들여 건물을 지어놓고 제대로 된 활용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대학 평가지표를 높이기 위해 건물 준공에만 급급했을 뿐, 정작 학색들을 위한 교육환경 개선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결과적으로 소중한 학교 예산만 낭비했다는 지적이다.
◇ 400억 들인 건물, 개강 후에도 '개점휴업'부산 경성대학교가 개교 60주년을 맞아 지난 4월 준공한 '건학 기념관'.
예산 420억 원이 들어간 이 건물은 지상 8층 규모에 전체 면적이 2만 5000㎡에 달한다.
500여 대가 동시에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1600여 석의 좌석을 갖춘 운동장도 마련됐다.
경성대는 준공 당시 크기별 최첨단 강의실에 체육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학생 교육환경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고 대내외적으로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건물에 들어가보니 1층을 제외한 거의 모든 층이 텅 빈 상태였다.
학교 측이 자랑한 첨단 강의실은 커녕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기본적인 기자재를 갖춘 강의실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심지어 일부 층에서는 아직도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이 때문에 각종 먼지와 소음까지 발생했다.
결국, 수백억 원을 들인 건물에서 학생들의 발걸음이 닿는 곳은 1층과 주차장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해 건물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남게 됐다.
한 3학년 재학생은 "올해에 건물 공사가 끝났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수업이 진행되는 모습은 못 봤다"라며 "건물을 어떤 목적으로 지었는지는 모르지만 학생들을 위해 제대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 건물만 올리면 '지표개선?' 대학의 눈 가리고 아웅
부산 경성대학교가 수백억 원을 들여 건물을 세워 놓고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송호재 기자)
이 같은 상황은 대학 측이 지난 2011년 교육부로부터 '정부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된 이후 교육부가 제시한 지표에 따라가는데 급급했던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성대학교는 각종 대학평가 지표 가운데에도 학생들의 교육시설 면적 확보 현황을 의미하는 '교사시설 확보현황'에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교육부의 대학정보 공시 시스템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경성대학교의 지난해 교사시설 확보율은 95.8%에 그쳤다.
기준인 100%에 미달하는 것은 물론 부산지역 주요 대학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부산지역 주요 4년제 대학 본교의 교사시설 확보율 3년 평균은 121.7%다.
가시적인 지표를 개선하기 위해 건학기념관 준공에만 급급했을 뿐, 실제 교육환경 개선은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학생들의 불만도 접할 수 있었다.
한 2학년 재학생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 선정되면 학과 건물을 건학기념관으로 옮긴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최종적으로 사업에 탈락하면서 이전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안다"라며 "건물을 새로 지어놓고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아 낡은 옛 건물을 계속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학기 중에 건물을 준공하다보니 강의실을 활용하지 못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경성대 관계자는 "준공이 다소 늦어지다 보니 이번 학기에는 강의실을 배정하지 못했다"라며 "강의 시설 외에 사무실 등은 정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다음 학기에는 수업을 진행하는데 차질이 없는 환경을 갖추고 활용도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성대가 새로 지은 건물이 학생들의 교육 환경 개선보다는 교육부의 지표를 쫓은 결과물이라는 지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