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 검사장. 넥슨 판교 사옥
진경준 검사장이 게임업체 넥슨으로부터 주식매입 과정에서 자금 지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시 그의 자금 동원력이 새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주식 투자를 위해 넥슨에게 빌린 돈과 억대 은행 대출금을 갚는 일 모두 불과 수개월 만에 이뤄졌기 때문이다.
8일 진 검사장의 부동산 내역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0년 6월 장인인 강모(지난해 사망)씨로부터 서울 서초구 방배동 대지 200㎡·건물 232㎡를 본인과 부인, 장녀 공동명의로 증여를 받았다.
해당 부동산은 채권자 국민은행 앞으로 근저당권 1억 3000만원이 설정돼 있었기 때문에 진 검사장이 은행에 갚아야 할 몫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진 검사장이 대출을 상환한 시점(근저당권 2005년 11월 해지)은 논란이 되는 넥슨 주식 매입 시기(2005년 6월)와 맞물린다.
일반적인 근저당권 설정비율이 110~120%인 점을 감안할 때, 1억여원의 채무가 상환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당시 평검사에 불과했던 진 검사장이 300~400만원 수준에 불과한 월급을 모아 마련한 현금자산이라고 해도 상식적으로 1억원 넘는 돈을 단기간에 마련하기는 쉽지 않다.
이때 보유 중이던 대지나 건물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내역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구나 진 검사장은 주식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넥슨으로부터 무이자로 4억 2500만원이라는 자금을 빌려야 할 정도로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진 검사장은 대출을 받은 지 불과 6개월 내에 상환 자금을 모두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넥슨 측은 일시적으로 자금을 대여한 것이고 바로 진 검사장 등이 모두 갚았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진 검사장은 2005년 한 해에만 넥슨으로부터 빌렸던 4억 2500만원, 증여받은 부동산에 대한 은행 대출금 1억여원 모두를 상환했다.
본인이나 아내, 딸 등 가족 명의로 된 부동산을 처분한 내역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데도 평검사가 5억원 상당의 거금을 모두 변제한 것은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뿐만 아니라 진 본부장이 1999년 매입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삼성래미안아파트(115㎡)만 해도 2005년 5월 기준 7억 8500만원의 시세가 형성돼 있었다.
주택담보 대출을 받기에 무리가 없었는데도 넥슨으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게 된 경위, 대출금 상환을 그해 하게 된 경위 모두 앞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할 부분이다.
업계에서는 넥슨이 진 검사장에게 돈을 빌려주게 된 배경에 창업주 김정주 회장의 지시가 모종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김 회장이 사실상 실소유주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 수사가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 전반을 둘러싸고 속도를 내는 가운데, 진 검사장의 '수상한' 자금 동원력도 캐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조만간 김 회장을 포함해, 진 검사장에게 주식을 판 이모 전 넥슨 아메리카 법인장, 김상헌 네이버 대표와 박모 전 NXC 감사 등 관계자들을 줄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