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에는 특별한 얼굴이 등장한다. 바로 소문난 연기파 배우 문소리다.
문소리는 이 영화에서 히데코(김민희)의 이모 역으로 등장한다. 그는 극중 단 4장면에서 짧은 시간 모습을 드러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존재감을 발휘해 눈길을 끈다.
문소리가 연기한 이모는 부모를 잃은 히데코의 정신적 지주이자 유일한 위안이 되는 인물이다. 어딘가 비밀을 감추고 있는 듯한 이모는 남편인 코우즈키(조진웅)의 완벽한 통제 아래 살아가는 기구한 운명에 처해 있다.
이모는 성인이 되어서도 코우즈키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가씨에게 트라우마를 안겨주는 동시에, 향후 스토리 전개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어린 시절 아가씨의 회상신에서부터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문소리는 까만 밤 단정한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한다.
명배우 문소리는 극중 코우즈키 앞에서 어린 아가씨와 함께 낭독회 연습을 하는 장면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다. 코우즈키의 엄격한 통제 속에서도 결코 품위를 잃지 않으려는 이모의 모습을 섬세한 표정 연기와 몸짓으로 고스란히 살려낸 덕이다.
'아가씨' 스틸컷(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박찬욱 감독은 이 장면에 대해 "코우즈키의 통제에도 모욕감을 내색하지 않으려 책을 뚫어지게 보는 문소리의 연기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며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왜 그가 정말 대단한 배우인지를 증명했다"고 극찬했다.
관객들이 문소리의 연기에 빨려든 장면으로 꼽는 것은 낭독회신이다. 이는 문소리가 약 2개월간의 연습 끝에 완성해낸 연기라고 한다.
그는 자연스러운 일본어 구사를 위해 말하는 것뿐 아니라 읽고 쓰는 것까지 익혔다. 실제 라쿠고(무대 위에 혼자 앉아서 일인다역을 하는 일본 전통예능) 영상이나 아나운서들의 낭독 영상을 찾아보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소리의 이번 특별출연은 박찬욱 감독의 열렬한 구애로 이뤄진 것이다. 지난 2010년 단편영화 '파란만장'에서의 작업이 불발된 것을 내내 아쉬워했던 박 감독은, 동생 박찬경 감독의 영화 '만신'에서 놀라운 열연을 펼친 문소리와의 작업을 고대해 왔고, 결국 '아가씨'로 뜻을 이뤘다.
박 감독은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소리와의 작업은 오랫동안 바라던 소망이었다. '만신' 속 그의 연기에 소름이 돋았고 존경심을 갖게 됐다. 언젠가 꼭 한번 모시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현재 영화 '특별시민'을 촬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