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에너지 공기업 등의 기능조정으로 전기·가스 판매 시장까지 민간에 개방한 데 대해 노동계와 시민사회가 사실상의 민영화로 요금 폭탄만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4일 '에너지·환경·교육 분야 기능조정 방안'을 통해 그동안 공공부문 최후의 보루로 불리던 전기와 가스 시장까지 민간개방을 허용했다.
전기와 가스의 특징은 아무리 가격이 올라도 시민들이 돈이 아깝다고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 공공재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한전은 생산원가의 85% 수준의 돈만 받고 전기를 공급해왔지만, 적자를 감수할 이유가 없는 민간기업은 여기에 이윤까지 남을 수준으로 요금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더해 새롭게 시장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아직 갖추지 못한 생산·공급 시설에 대한 투자 비용까지 발생하기 때문에 시장 진출 직후 요금 상승 압박을 더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경쟁체제를 도입해 가격을 낮춰도 공공성을 이유로 '착한 적자'를 감수하던 공기업의 낮은 요금을 따라잡을 수 없을 구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정부는 "전기요금의 경우 주택용 요금이 OECD의 평균 61%, 산업용이 OECD 평균 비용의 80%로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며 시민들이 요금 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기와 가스 요금이 오르면 당장 직격타를 맞을 시민들은 저소득층이다. 민간기업이 전력 판매 사업의 99% 이상을 차지한 영국의 경우 전기요금이 치솟으며 전기요금을 제 때 내지 못하는 에너지 빈곤층이 늘어나자, '사전지급제 미터기(Prepayment Meters)'를 도입해 미리 돈을 받아야만 전기를 공급할 지경이다.
민간 기업에 천연가스 수입과 판매를 맡긴 일본의 경우에도 한국과 비슷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수입해도 실제 가스 요금은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데다, 가정용 도시가스요금은 산업용보다 두 배 이상 비싸서 한국의 3, 4배 가량 높은 상황이다.
국내에서 살펴봐도 휴대전화 통신 시장이 비슷한 경우다. 그동안 정부가 단통법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도 소수의 대기업들이 시장을 과점한 상황에서 높은 이용요금을 받고 있는 현실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진병우 교육선전실장은 "정부는 통신이나 케이블, 가스, 전기를 묶은 결합상품을 예로 들어 더 나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면서도 "일본의 경우 이같은 상품을 내놨지만, 실제 이용자는 극히 적어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 채 요금만 잔뜩 올랐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사무처장도 "이론적으로는 시장참여자가 늘어나면 가격이 내릴 것 같지만, 특정 대기업이 서비스를 장악하면서 경쟁이 제한될 것"이라며 "국민들의 공감을 받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민영화는 박근혜 정부에 부담으로 되돌아올 것"이라며 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