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초·중·고교가 학교 폭력을 둘러싸고 점차 '법적 쟁송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내 아이의 진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더욱 필사적이다. 일선 교사들도 폭증하는 관련 업무에 지칠 대로 지쳐 있다. CBS 노컷뉴스는 <변호사 동원="" ·="" 소송으로="" 얼룩진="" 초중고교="">라는 주제로 모두 3회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변호사>글 싣는 순서 |
① 아이들 다툼에 '변호사' 동원하는 학부모들 ② "내 아이는 사과 못 해"…툭하면 소송하는 부모들 ③ '학교생활기록부가 뭐길래'…속타는 부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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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사실을 접한 교사의 책무는 신고가 먼저일까? 아니면 대화와 교육이 먼저일까?
일선 초·중·고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숙제다. 정답은 당연히 ‘대화’와 '교육'이 먼저다. 하지만 교사들이 처한 현실은 정반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아이들 화해시키려다 '징계' 당하는 교사들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는 학급 내에서 친구들끼리 주먹다짐이 발생한 사실을 알게 됐다.
'사안이 중하지 않다'고 판단한 A씨는 담임으로서 직접 아이들의 갈등 해소와 화해를 모색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의 갈등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다. 오히려 '교사가 학교 폭력을 덮으려 한다'는 항의까지 이어지면서 A씨는 결국 징계까지 받았다.
학생들의 폭력사건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에 신고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했다는 것이 징계사유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이하 학폭법) 제20조(학교폭력의 신고의무)는 학교 폭력 현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에 이를 즉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사실을 통보받은 학교장도 학폭위에 지체 없이 알리도록 하고 있다.
결국 현행 학폭법은 아무리 가벼운 학교폭력 사안이라도 ‘갈등의 민주적 해결’을 위한 교사의 교육적 개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고효선 장학사는 "아주 경미한 학교폭력 사안과 관련해서도 기계적으로 '신고자'의 위치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교사들이 무력감과 회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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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관계 회복 노력이 '징계'보다 앞서야이에 따라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적 대처를 위해서는 친구들 사이의 사과와 용서, 화해 등의 회복적 과정을 의무화화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회복적생활교육센터 박숙영 대표는 "지금까지 학폭위의 역할은 가해학생에 대한 적합한 양형을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1차 목표와 역할이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관계회복이 돼야한다"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서는 학폭법을 개정해 화해조정 절차를 반드시 1차적으로 진행하고 그 결과를 학폭위 사안의 최종 결정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폭위 처분 결과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해 일정기간 보존하도록 한 교육부의 지침도 수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28일 "교육부의 지침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와 관련한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특히 가해학생 부모들은 이런 기록이 '낙인효과'로 자녀에게 제2의 고통을 안겨줄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또 자녀의 상급학교 진학과 취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가해학생 부모가 '서면 사과' 등 학폭위의 가벼운 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하고 재심과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적극적인 법적 대응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 '내 아이 미래 망치는 낙인'…학부모들 '방어'에 필사적서울대학교는 최근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학교생활기록부만을 유일한 평가서류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은 주요 대학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탁경국 변호사는 "시간이 흐를수록 학부모들은 더욱 필사적으로 '학폭위 처분'을 놓고 법적 다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부 지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교사운동본부 홍인기 교사는 "서면 사과와 학내봉사, 사회봉사 등 비교적 가벼운 처분은 학교생활기록부에 올리지 않는 방안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학폭위 운영과 관련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상당수 학교폭력 담당교사들은 '업무의 과중함'과 '법률적 지식 부족' 등을 이유로 학교가 아닌 외부기관이 학폭위 운영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생활부장은 "지역교육청 단위로 학폭위를 설치하고, 법조인과 의사, 퇴직교사 등으로 학폭위원을 구성해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일선 초·중·고교는 '학폭위 운영'을 둘러싼 불신과 갈등으로 지쳐가고 있다. 당연히 최대 피해자는 자라나는 우리의 미래 세대이다.
정부와 국회가 문제의 심각성을 직시하고 대안 마련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