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2시 인도양에서 '선상 반란'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 '광현 803호'의 선사 '광동해운' 앞. (사진=송호재 기자)
인도양에서 조업 중 베트남 선원들이 한국인 선장과 기관장을 살해한 사건이 벌어진 원양어선이 선원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출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해경에 따르면, 부산 광동해운소속 원양어선 광현803호는 '최저승무기준'을 어긴 채 조업을 벌이던 중 이번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20일 오전 2시쯤 인도양 세이셸 군도 인근 해상을 항해하던 '광현803호'(138t)에서 베트남 선원 A(32) 씨와 B(32) 씨가 선장 양 모(43) 씨와 기관장 강 모(43)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당시 광현 803호에는 선장과 기관장, 항해사 등 한국인 선원 3명과 베트남 선원 7명, 인도네시아 선원 8명 등 총 18명이 탑승해 있었다.
해당 어선은 통신 자격증을 갖춘 통신장을 반드시 승선시켜 출항해야 함에도 이를 어긴 채 조업 활동에 나선 것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얼마 전 남해해양경비안전서는 이미 선박직원법 위반 혐의로 광동해운 선원 담당자와 법인을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인도양에서 선상 살인 사건이 발생한 광현803호. (사진=부산해양경비안전서 제공)
광동해운은 안전한 항해를 위해 항해, 기관, 통신 등 관련 자격증을 보유한 선원을 승선시켜야 하는 최저승무기준을 지키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인도양 선상 살인 사건이 벌어진 광현803호에서는 통신장이 없어 숨진 선장이 통신 업무까지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업무가 많은 선장이 선내 장악을 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광동해운 관계자는 "통신장이 다쳐 승선시키지 못했다"며 "숨진 선장이 불가피하게 통신업무까지 맡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부산 해경 관계자는 "선장은 어선의 총책임자이고, 통신업무까지 맡기에 일이 많다"며 "법상에서도 선장이 통신업무를 겸비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부산 해경은 살인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에 수사팀을 급파하는 한편, 해당 어선이 최저승무기준을 왜 지키지 않았는지와 이번 살인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도 함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