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경기도 교육감. (자료사진/윤창원 기자)
경쟁이 아닌 협력, 주입이 아닌 토론, 배제가 아닌 배려의 정신을 실천하는 혁신학교는 경기도에서 시작돼 이미 전국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하지만 정작 경기도에서는 이재정 교육감 취임 이후 누리과정 등 여러 정치 쟁점들에 밀려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CBS노컷뉴스는 취임 2년을 맞고 있는 이 교육감이 그동안 추진해온 혁신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혁신공감학교? 몰라요…" 이재정 號 2년, 말로만 '혁신?'<계속>
"혁신공감학교요? 못들어봤는데요. 예전처럼 프린트 나눠주고 문제 풀고, 답 맞추고…. 달라진 거 없어요."
경기도 수원의 한 중학교 3학년인 박슬기(16)양은 1학년 때나 지금이나 학교생활에 별다른 변화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하는 혁신공감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 전체가 혁신공감학교인데… 정작 교사는 몰라2년 전 이 교육감은 취임과 동시에 혁신교육 계승을 선언했다. 곧바로 이재정표 혁신학교라 할 수 있는 '혁신공감학교'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혁신공감학교는 혁신학교의 보편화 즉, 일반화를 의미했다. 자연히 진입 문턱은 낮아졌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1,825개 학교가 혁신공감학교로 지정됐으며, 기존 혁신학교(416개 교)를 포함하면 전체의 96.9%에 달한다. 거의 모든 학교가 혁신(공감)학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평가에 반영될 뿐 아니라 예산(규모에 따라 800만 원~1,800만 원)까지 지원해 주는 마당에 학교 입장에서는 신청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교육청도 교사 70%의 동의만 받아오면 무조건 지정해줬다.
하지만 문제는 70%의 동의가 70%의 교사들이 혁신교육을 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는 것.
한 중학교 교사 김모(39·여)씨는 "교사들이 혁신공감학교에 대해 잘 몰라도 교장이 부탁하면 사인을 해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학교 전체가 소통 과정을 거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부서 혹은 특정실무자가 전담하는 경우가 많아 정작 교사들조차 자기 학교가 혁신공감학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 "교육청부터 행정편의주의·관료주의 버려야…"
(사진=자료사진)
무엇보다 교사들의 자발성 부재는 운영에 있어서도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
성남의 한 중학교는 처음부터 혁신공감학교와 관련된 과제들을 전담해서 추진하는 부서를 만들었다.
이 부서는 기존에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활동들을 혁신공감학교 과제들과 연관시키고 성과보고서를 작성하는 역할을 한다.
일례로 기존의 교과협의회는 혁신공감학교의 과제 중 공동연구 등을 통한 교사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과정의 질적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전문적학습공동체로 둔갑했다.
이 학교 박모(43) 교사는 "왜 혁신을 해야 되는지 공감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혁신공감학교도 예전의 시범식 학교 같이 관리자들이 일방적으로 교육청에서 따온 사업들과 다르지 않다"며 "교사들은 억지로라도 성과를 내야 되고, 부담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전교조 경기지부가 교사 2,1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86%가 '민주시민교육'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시민교육은 혁신공감학교가 추구하는 학교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데 근간이 되는 교육정책이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이재정 교육감의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정치적 이슈 파이팅에는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교육정책에 있어서는 제대로 된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흐지부지 되고 있다"며 "교육청은 사업 추진에 있어 학교로 내려 보내면 그만이라는 식의 여전히 행정편의적이고, 관료적인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단 1%의 혁신적인 변화의 가능성만으로도 혁신공감학교의 일반화 정책은 의미가 있다"며 "교사들의 자발성 부재로 인한 여러 문제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관리자들의 인식 개선을 위한 지구장학협의회를 활성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