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경찰청사를 나서는 송모 씨.(자료사진/황진환 기자)
허술한 정부종합청사(이하 청사) 보안망을 뚫고 잠입해 시험성적을 조작한 공무원 시험 응시생의 대범한 범행이 추가로 발각됐다.
이 공시생은 수년 전에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한국사능력시험, 토익시험에서 부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는 업무방해와 사문서 위변조 및 행사,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공무원 시험 응시생 송모(26)씨를 추가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송씨는 지난 2010년 8월 한 대학병원에서 시력이 나쁜 것처럼 의사를 속여 약시 진단을 받아냈다.
이후 같은해 11월 치러진 2011학년도 수능 시험에서 진단서를 제출해 저시력자로 분류됐고, 다른 수험생보다 과목당 1.5배씩 시험시간을 늘려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송씨는 시험 전에 화장실 휴지통 뒤에 휴대전화를 숨겨뒀다가 늘어난 시험 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에 가서 인터넷에 공개된 답을 확인한 다음 돌아가 답안지를 적어넣었다.
당시 송씨는 언어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 1등급을 받았지만 지원한 대학에는 불합격했다.
송씨는 이듬해 수능에도 변조된 진단서를 제출해 시험시간을 연장받았다. 지난해 1월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도 같은 수법으로 시험시간 연장 혜택을 누렸다.
송씨는 그 다음달 치른 토익시험에서 진단서를 냈다가 오래됐다는 이유로 반려되자 날짜를 '2015년 1월'로 조작해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더해 송씨는 지난해 3월 위조한 정형외과 진단서 6장을 소속 대학 교수에게 제출해 출석을 인정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송씨가 무단결석으로 인한 학점상의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이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마치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같은 침입과 위조 범죄를 저지른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지난 2003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로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에버그네일의 실화를 소재로 했다.
앞서 송씨는 지난 2월 8일부터 지난달 1일까지 청사와 학원가 등 사무실에 몰래 침입해 전산망에서 성적을 조작하거나 시험문제지와 답안지를 훔치는 등 각종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달 3일 구속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