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주도했던 정치인들이 사실상 사기성 공약을 남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영국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CNN과 BBC등은 27일(현지시간) 장밋빛 공약을 제시하며 브렉시트를 강력히 주장했던 탈퇴파 정치인들이 막상 탈퇴로 결정나자 말바꾸기에 나서면서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EU 분담금을 내지 않는 대신 그 돈을 국민건강서비스에 투입하겠다고 한 약속이다.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과 나이절 패라지 독립당 대표 등 탈퇴파는 그동안 EU 분담금 3억5000만 파운드(약5500억원)을 보내지 말고 그 돈을 국민건강서비스에 지원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같은 주장은 의료 문제에 민감한 노인층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효과를 발휘했다.
하지만 국민투표 후 패라지 대표는 한 방송에 출연해 "그런 주장을 한 적 없다"고 발뺌을 했다. 그러나 진행자가 거듭 질문하자 "그 공약은 이행을 보장할 수 없는 실수"라고 인정했다.
또 다른 핵심 공약이었던 이민 문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탈퇴파는 EU에서 빠져 나와야만 이민자 수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유럽의회 의원이면서 EU 탈퇴를 주장했던 대니얼 한난은 BBC에 출연해 "이민자가 사라지기를 바랐다면 실망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뉴욕타임스는 탈퇴 진영의 공약이 모두 거짓이거나 왜곡됐다고 지적했다.
또 탈퇴파가 이처럼 공약을 남발한 것은 "많은 사람이 질 거라 예상했고 일부는 투표를 국가의 미래를 건 중대사가 아니라 보수당 알력 다툼으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만약 존슨 전 시장이 총리가 된다면 그의 공약을 믿었던 유권자의 반발을 불러일으키지 않으면서 EU 탈퇴를 진행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