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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박노자 "브렉시트는 영국판 북풍사건"

    - 브렉시트,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착각때문
    - 양극화 극복을 요구하는 영국국민의 목소리를
    - 극우 정치인들이 전략적으로 이용했다고 봐야
    - 아직까지 성장과 가족의 신화 믿는 한국
    - IMF이후엔 비정규직에 대한 착취통해 성장
    - 성장만 하면 먹고 살수 있다? 착각일뿐
    - 한국은 사실상 주식회사 같은 나라
    - 현상태 극복하고 벗어나려면 계급정치가 답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6월 28일 (화)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 정관용> 러시아 태생이지만 지난 2001년에 귀화한 한국인이죠. 여러분 잘 아시는 박노자 교수.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죠. 이번에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런 제목에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이런 의미심장한 부제를 붙인 그런 책을 펴내셨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오셨길래 오늘 스튜디오에 모시고요. 특히 유럽에서 오셨으니까 브렉시트 얘기도 좀 궁금하고 해서 특별히 모셨습니다. 박노자 교수 어서 오십시오.

    ◆ 박노자> 네, 반갑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정관용> 이 책 얘기 뒤에 집중적으로 하고요. 박 교수는 브렉시트에 대해서 ‘좋았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착각 때문이다’ 이렇게 표현하셨더라고요.

    ◆ 박노자> 네. 그렇습니다. 영국인 특히 보수적 성향의 영국인 같은 경우는 대영제국 시절 그러니까 그 나라가 패권을 잡았던. 거의 유럽뿐만 아니라 세계 패권을 잡았던 시절이 향수의 대상이 되는가 하면 조금 또 진보적 성향의 영국인 같은 경우에는 전후 복지주의 황금기. 그러니까 50, 60년대, 70년대 후반까지. 그 시대가 이제 향수의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을 탈퇴함으로써 과거의 좋았던 시절로 돌아올 수 있다는 다소의 오판적인 그런 생각에 근거해서 탈퇴를 결정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 정관용> 보수층도 향수가 있고 진보층도 향수가 있고.

    ◆ 박노자> 네. 각각 대상이 조금씩 다르지만.

    ◇ 정관용> 그런데 이걸 또 ‘착각’이라고 말한 건 뭡니까?

    ◆ 박노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으며 유럽연합은 영국인 대다수가 느끼는 불안, 상대적인 빈곤화, 사회 붕괴, 양극화 이 모든 문제들의 근본적 원인이 유럽연합이라는 판단 자체는 오류적 판단일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잘못된 거다.

    ◆ 박노자> 유럽연합은 신자유주의적인 세계적 프로젝트의 일부분이지만 그 프로젝트의 하나의 도구일 뿐이지, 그 프로젝트의 원인에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가장 핵심적 부분이라고 하기도 힘듭니다.

    ◇ 정관용> 간단히 말하면 즉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면 양극화가 해결되느냐?

    ◆ 박노자> 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 근본적인 원인이 유럽연합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유럽연합 덕분에 좋아진 것도 별로 없지만...

    ◇ 정관용> 유럽연합 때문에 양극화가 더 심화됐다, 이렇게 말할 수는 있나요, 없나요?

    ◆ 박노자> 부차적으로는 어느 정도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탈퇴하고 나서 양극화는 계속 심화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이 브렉시트라고 하는 현상은 진보의 프로젝트, 보수의 프로젝트 이렇게 말할 수도 없는 거군요.

    ◆ 박노자> 그 말할 수 없는 것 가지고 정말 진짜의 문제. 그러니까 긴축정책, 양극화, 신자유주의라는 프로젝트 자체. 진짜 문제로부터 영국인의 관심을 다른 쪽으로 돌리는.

    ◇ 정관용> 오히려.

    ◆ 박노자> 그런 거 아닌가. 그런 일종의 함정 같은 것이 아닌가.

    ◇ 정관용>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닌 다른 데로 화살을 돌렸다?

    ◆ 박노자> 진짜 문제는 신자유주의입니다. 그리고 신자유주의라는 게 무엇보다 그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 것이 당연히 기업들의 과세 문제죠. 기업들이 돈을 많이 세금으로 내야 우리가 어제까지는 복지 메커니즘을 계속 가동시킬 수 있는데 이 부분이야말로 ...

    ◇ 정관용> 기업의 과세를 낮춰 주는 것.

    ◆ 박노자> 그렇습니다. 과세 낮춰주고. 광범위한 세금 포탈을 사실상 가능하게 해 주고 더군다나 기업뿐만 아니고 부자, 부호. 부호들의 개인 소득세, 재산양도세 등등.

    ◇ 정관용> 그것도 또 낮춰주고?

    ◆ 박노자> 낮춰주고. 그거야말로 핵심입니다. 부자들한테 세금을 거두지 못하는.

    ◇ 정관용> 그러니까 그런 ‘부자들한테 세금 걷읍시다’ 하는 영국인 하층민들의 요구가 분출되는 것을 딴 데로 돌렸다?

    ◆ 박노자> 네. 그렇게 봅니다.

    ◇ 정관용> 그럼 그건 보수 정치인들의 일종의 전략이군요?

    ◆ 박노자>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평등화, 양극화 극복에 대한 민중의 요구들이 지난번에 코빈이라는 다소 강경한 사회주의자의 노동당 당수 선출에 반영된 부분이 있었는데 급진주의자가 주요 정당의 당수가 된 데 놀란 보수주의자들의 반격 중의 하나는 바로 이번의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보수당 안에 전 런던시장. 상당히 급진적인 우파라고 그러지 않습니까?

    ◆ 박노자> 네. 급진 우파, 극우파죠.

    ◇ 정관용> 그 사람이 선봉에 선 것이고. 노동당은 당 차원 전체적으로 브렉시트를 반대했죠?

    ◆ 박노자> 네, 그렇습니다. 왜냐하면 노동당이 영국 노동자뿐만 아니고 유럽 전체 노동의 이익까지 고려해줘야 하는데 브렉시트의 경우에는 가장 불이익을 받을 사람이 이민자들입니다.

    ◇ 정관용> 이민자.

    ◆ 박노자>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서 비교적 가난한 유럽연합의 타국들. 예컨대 폴란드, 남유럽, 이런 나라 출신들이 영국에서 노동하면서 살 권리의 근거를 박탈당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박노자>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이 망가지는, 정말 말 그대로 인생 한 번 당하는. 인생이 망가지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노동당이 그런 것까지 다 고려해 놔야 하는데.

    ◇ 정관용> 이 브렉시트가 유럽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까요? 어떻게 전망하세요?

    ◆ 박노자> 그것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유럽연합이라는 게 사실 어떻게 보면 독일 자본과 그 영향권이 있는 나라, 그리고 거기에서는 시장으로 이용되는 유럽의 주변부. 이제 그런 지대들의 뭉침이라고 봐야 하는데 영국이 늘 유럽연합에서 다소 외부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공동화폐를 수용하지도 않았고 솅겐 조약. 그러니까 무비자, 여권 검사 등등을 폐지시킨 이동의 자유와 관련된 조약도 일부분만 수용했습니다. 그러니까 늘 그런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된다고 해도 유럽연합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당장 와해되는 것도 아니고.

    ◇ 정관용> 독일이 주도하는 거니까.

    ◆ 박노자> 네. 독일이 주도하고 독일 자본과 독일 국가의 힘만큼은 계속해서 아마 이어져나가리라 보고 단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방식의 내부 위기의 해결의 유혹은 아마 지배층한테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의 탈퇴를 통해서 이렇게 들끓고 있는 분노를 이런 쪽으로 돌려보는 그런 유혹이 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 정관용> 박노자 교수께 제가 새롭게 듣는 브렉시트 해석입니다. 양극화에 대한 기층민중의 저항을 다른 쟁점으로 돌려보려는 극우파 정치인들의 술책.

    ◆ 박노자>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술책이 전통 아닙니까? 우리는 북풍이라고 부릅니다. (웃음) 우리의 전통이죠. 그런데 이번에는.

    ◇ 정관용> (웃음) 우리가 더 선수처럼 잘하는데, 그런 건. 그렇죠?

    ◆ 박노자> 네, 옛날에는.

    ◇ 정관용> 자연스럽게 책 이야기로 가봅시다. 제목을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라고 이라고 붙이셨고 부제가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그 이유를 말해 보세요.

    ◆ 박노자> 성장을 믿습니다, 아직. 우리는 아직 성장의 신화를 믿고 가족의 신화를 모두 믿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 정관용> 성장과 가족에 대한 신화.

    ◆ 박노자> 그리고 아직까지 우리한테는 계급적인 위치, 계급의식이 아직까지는 성숙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그건 조금씩 성숙돼갑니다. 성장 신화를 이야기한다면 사실은 IMF사태 이전까지는 한국경제는 계속해서 수출 주도의 재벌 수출제도이지만 성장해왔고 그 덕분에 특히 정책 고용이 지금으로서 28% 차지하는. 자영업자들이 잘 살 수 없고 망할 위험은 늘 있어도 그래도 경기가 아주 나쁘지 않은 만큼은 버티고 하루에 12시간 일하면서 주말이고 뭐고 없이 하루에 12시간 일하면서 그래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 경기가 좋으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는 중산계급 같은 경우에는 부동산값이 떨어지지 않고 늘 오르기만 하는 이런 상황. 그게 다 성장이 만들어냈다고 대부분 믿고 있었고 그런 성장이 있는 만큼은 이 체질을 근본적으로 긍정하는 분위기는 폭넓게 있어 왔습니다.

    ◇ 정관용> IMF 때까지는.

    ◆ 박노자> 그때까지는 성장률이 꽤 높았고요. 그다음에는 성장률이 낮아지다 보니까 그것은 신자유주의화를 통해, 그러니까 비정규직에 대한 과잉 착취를 통해 성장률을 다시 높여보는 새로운 방식의 성장주의가 도입됐습니다. 일부 노동자의 임금을 낮추고 착취를 강화시키고 그렇게 해서 한국 제품은 중국 제품과 경쟁할 수 있게끔 하는. 이제 그런 새 전략이 도입이 되고 나서 한때 김대중, 노무현 때와 그 이후에는 성장이 그래도 보다 둔화됐지만 계속 이어져온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성장만 하면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다, 이런 광범위한 믿음이 존재하고 그러니까 분배보다 성장을 그래도 기대하는 그런 광범위한 심리가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그런 부분을 이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성장에 대한 착각.

    ◆ 박노자> 착각이죠.

     



    ◇ 정관용> 그다음에 가족에 대한 건 무슨 뜻입니까?

    ◆ 박노자> 사실은 한국에서는 복지 국가가 존재하지 않고 복지다운 복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이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하나의 공은 누구한테 있었냐면 교회한테 있기도 했습니다만 교회는 필요할 때 직장 찾아주고 갹출해서 도와주고 이런 경우가 있었죠. 그런데 교회보다는 가장 원천적인 건 가족. ‘내가 직장을 잃어도 가족은 도와주겠지.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친척이 도와주겠지’ 그리고 가족이라는 게 한국에서는 근대, 현대적인 계급 분화가 본격화된 것은 성장주의 시대 아닙니까? 60, 70년대. 그때까지는 노동자 했던 사람이 그때는 운만 잘 잡으면 가끔 가다가 자본가 될 수 있고 많은 경우 국가공무원이 되거나 중산계급이 될 수 있었습니다.

    ◇ 정관용> 어쨌든 신분상승이 가능했죠.

    ◆ 박노자> 아직까지 그때만 해도 가능했죠. 그래서 한국의 가족구성을 보면 확대된 의미의 가족 중에서는 ‘비록 가난하지만 우리 백부는 삼성에서 중간간부다’.

    ◇ 정관용> 가끔씩 있죠.

    ◆ 박노자> 그런 경우는 사실은 생각보다 꽤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성장주의 시대가 멀리 가지 않고 아직까지 그런 것이 가능한 것도 계급의식의 성숙을 좀 방해하죠. 그러니까 내 백부, 내 당숙이 삼성에서 일한다면 그건 내 자신과 당연히 동일시되기가 아직까지 쉬운 것입니다.

    ◇ 정관용> 사실은 관계없는 건데.

    ◆ 박노자>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나의 자식이 그렇다고 해서 금수저 될 리도 없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요. ‘내 백부가 삼성간부니까 있으니까 삼성이 잘 돼야 하고 나도 언ㄴ젠가 그렇게 될 수 있고...’ 아닌 거죠?

    ◆ 박노자> 당연히 아닙니다.

    ◇ 정관용> 사실은 아닌 거죠?

    ◆ 박노자> 아직까지는 가족의 와해가 다 되지 않은 시점에서.

    ◇ 정관용> 그런 성장에 대한 환상, 가족에 대한 환상 때문에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다. 계급의식으로 무장하는 것을 막는다, 이런 것들이?

    ◆ 박노자> 아직까지 그렇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것도 조금씩 와해돼간다고 봐야 합니다. 성장도 이제 둔화될 때로 둔화될 거고.

    ◇ 정관용> 지금 부제를 이제 답해 주셨고. ‘헬조선에서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진짜 제목인 ‘주식회사 대한민국’ 이건 무슨 뜻입니까? 자본주의 국가는 다 주식회사 아닙니까?

    ◆ 박노자> 아닙니다.

    ◇ 정관용> 아닌가요?

    ◆ 박노자> 다 주식회사였다면 벌써 공산혁명이 일어났을 겁니다. 다 주식회사가 아니니까 자본주의가 아직 존재하죠.

    ◇ 정관용> 그럼 설명해 주세요. 주식회사 대한민국이 뭐예요?

    ◆ 박노자> 주식회사라는 게 왜 존재합니까? 주주의 배당금 극대화를 위해서 주식회사가 존재하는 거 아닙니까? 이외에는 주식회사 존재 이유는 없습니다.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 존재한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그건 다들 알고 계시겠죠? 그런데 국가는 왜 존재합니까? 국가는 원칙상 자본의 탐욕을 적당한 수준에서 견제해가면서 자본이 챙길 수 없는 대다수의 이해관계, 예를 들어서 노후복지, 병, 질환, 치료, 건강, 아동육아. 이 모든 것은 자본이 주식회사들이 챙길 일은 없습니다. 돈 받지 않고요. 그런데 그건 그 모든 관계는 국가가 책임지지 않으면 주식회사들이 이용할 인력도 재생산되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를 누군가가 키워야죠. 그리고 사람이 아프면 누군가가 치료하고 누군가가 대가를 지불해 줘야죠. 그러니까 국가가 주식회사 아니니까 자본주의가 그나마 가능한 겁니다.

    ◇ 정관용> 아. 국가는 그 자본의 탐욕에 맞서서 최소한의 공공재를 관리하는.

    ◆ 박노자> 맞서지는 않아도 적어도 자본이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는 부분들을 국가가 챙기니까 근대자본주의, 현대자본주의가 그나마 돌아갈 수 있는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우리나라는?

    ◆ 박노자> 우리나라는 이제 특별한 것이 무엇인가 하면 국가까지도 주식회사화가 된 것이 어떻게 보면 아까 말씀하신 영국이라든가 등등의 유럽 국가와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영국이 아무리 신자유주의라고 해도 영국은 아직은 병원에 가서 낼 돈이라는 건 없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박노자> 다 무료예요. 신자유주의가 돼도 무료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꿈같은 이야기죠. 우리는 지금은 의료보험 보장선이 50% 정도밖에 안 됩니다.

    ◇ 정관용> 그렇죠.

    ◆ 박노자> 그러니까 대한민국 같은 경우에는 인력, 그러니까 주식회사들이 이용할 인간들이 공간, 육아, 노후 등등은 대부분 가족에 맡겨져 있는 것이고요. 국가는 사실상 자본의 배당금, 주주들의 배당금 이외에는 거의 아무 것도 챙기지 않는 자본의, 말하자면 사설 해결사처럼.

    ◇ 정관용> 자본의 사설 해결사.

    ◆ 박노자> 그렇습니다. 국가는 원칙상 자본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를 죽여야 합니다. 원칙상 그렇다는 건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자본으로부터 자율적이지 못하고 있고 사실상 자본의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직접적으로 챙겨주는 이런 파괴적인, 자기 파괴적인 모습이 어디에서 여실히 나타나느냐하면 세월호 침몰 사건, 사실 간접학살이라고 봐야죠. 거기에선 여실히 나타났습니다.

    ◇ 정관용> 그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에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들은 얼마나 됩니까?

    ◆ 박노자> 얼마 안 됩니다. 그냥 배당을 받을 수 있는 주주들이라면 이것은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거나 이 국가에서 공무원, 고급 공무원 그것도. 하는 사람들인데 재미있는 것은 땅 부자, 주식부자, 재테크부자 그리고 고급 공무원, 이 사람들 보면 서로 서로 거의 인맥으로 이어져 있고 골프부터 교회까지. 여러 가지 사회적인 기제로 다 연결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의 지배층,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사실상 좌지우지하는 1%는 거의 서로 서로 잘 알고 지내는, 그러니까 클럽. 하나의 커다란 클럽이라고 봐야 하는데 이 사람들을 위해서 국가가 존재하는 것이지 나머지를 위해서는 사실은 국가가 없다. 이 사실 세월호의 일에서 그대로 보여줍니다.

    ◇ 정관용>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 박노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국가는 어떻게 보면 자본가들에 대한 감시를 자본자들한테 맡긴 것 아닙니까? 그 당시 세월호가 출항했을 때, 세월호는 출항 검사를 몇 분 동안 받았습니까?

    ◇ 정관용> 그러니까 떠나서는 안 되는 배를 떠나게 한 것은...

    ◆ 박노자> 그런데 그 공사를 누가 했습니까? 국가가 한 것도 아니고 자본에 조합이 한 거죠. 선급이라고 한국선급이라고 자본의 조합이 한 거죠. 그러니까 고양이한테 생선을 그대로 맡기면 어떻게 됩니까?

    ◇ 정관용> 그런 의미에서 한국은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도 다른 주식회사 대한민국이다.

    ◆ 박노자> 다른 자본주의 국가들도 사실상 어떻게 보면 자본을 위해서는 실제로는 자본을 우선시하더라도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중립 가까운 형태를 취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고 대다수의 피해자한테는 보상이라도, 복지라는 형태로 보상이라도 해 줘야 하는데 대한민국에는 그런 의무는 없습니다.

    ◇ 정관용> 그나마 있는 몇 몇 공공재들. 전기, 가스, 수도, 이런 것마저 민영화 얘기까지 나오잖아요.

    ◆ 박노자> 네. 김대중 정부 시절 이후부터 계속 민영화 프로젝트 진행 중이고요. 사실상 재미있는 것은 자본을 자유주의자들이 잡든, 보수주의자들이 잡든 민영화는 계속됩니다.

    ◇ 정관용> 경제 인종주의라는 표현도 이 책에 나오던데 그 표현은 무슨 뜻입니까?

    ◆ 박노자> 인종주의가 무엇입니까? 인종주의라는 게 한 사람의 태생적인 출신 성분. 말하니까 한국 같은 경우에는 경제적 배경이 약한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흙수저, 지방에서 태어난 것 자체는 태생적인 죄입니다. 이런 사람을 사회가 철저하게 차별하고.

    ◇ 정관용> 첫 질문인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계급적 위치를 자각하는 사람들이 그래서 계급정치로 나아가는, 그래야 하는데 우리는 아직 그러고 있지 못하다. 그런 말씀을 하신 것 아닙니까?

    ◆ 박노자> 맞습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지금 주식회사 대한민국. 여기에서 극복하고 벗어나려면 결국 답은 계급정치?

    ◆ 박노자> 계급 밖에 답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결국에는 착취당하는 계급이 그 권력을 투쟁적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권력을 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 정관용> 안 주죠.

    ◆ 박노자> 안 주죠. 투쟁해도 안 줍니다. 투쟁 안 하면 더욱더 안 주고요. 그렇죠.

    ◇ 정관용> 그런 계급적 자각과 투쟁도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셨습니다마는.

    ◆ 박노자>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아직 멀었죠?

    ◆ 박노자> 우리는 아직까지 윗세대, 그러니까 지금 같은 경우에는 알바노조 같은 것 하는. 젊은 세대는 이건 지옥이고 투쟁 안 하면 그냥 가만히 있으면 죽는다, 세월호의 교훈 하나, 이거 아닙니까? 이제 젊은 아이들이 적어도 일부는 어느 정도 체감적으로 이해합니다. 윗세대는 아직까지 성장의 시절을 기억하고 있고 조금 더 나이 많으신 분들이 개천에서 용이 났던 시절까지도 기억하고 그런데 아래 시대 중에서도 아직까지는 가족의 품이라든가.

    ◇ 정관용> 의존하고 있는데.

    ◆ 박노자> 그런 사람들도 없지 않아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금씩 기존의 가족 같은 기제들이 와해되고 결국에는 계급이라는 해답으로 사회가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관용> 그 방향으로 젊은이들이 연대하고 투쟁하고 목소리 내고 그래서 국가를 변화시켜야 된다.

    ◆ 박노자> 그것밖에 방법이 없습니다. 국가는 스스로 바뀌지 않습니다.

    ◇ 정관용> 그런 요구에도 국가가 안 변하면 그게 결국 민란이고 혁명이군요.

    ◆ 박노자> 그런 민란 직전까지 가면 결국에는 제정신 차리죠, 보통은. 위에 있는 사람들도 미안하지만 동네 개천이 없었으면 위로 올라가지 않았겠죠.

    ◇ 정관용> 그래요. 한국,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도 다른 주식회사 대한민국. 그리고 성장의 신화, 가족의 신화에 빠져서 아직 계급정치, 계급적 자각을 못하고 있는 바로 그래서 헬조선에도 민란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일목요연하게 한눈에 쏙 들어오네요.

    ◆ 박노자> 감사합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 정관용> 박노자 교수 함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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