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상사의 폭언·폭행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김홍영(33) 검사의 사건를 계기로 형사부 인력을 보강하는 내용의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5일 대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공안·특수 등 인지부서에 최소한의 인력을 배치하고 나머지 인력은 모두 형사부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청을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은 ▲형사부 검사·수사관 인력 보강 ▲중요한 송치사건 일부를 인지수사 부서에 배당 ▲정보보고 최소화 ▲신임 검사 멘토링 ▲수사관 역할 강화 등을 주문했다.
앞서 김 총장은 지난달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도 형사부 업무의 합리적인 조정과 사기 진작 방안을 검토해줄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검찰이 이같은 방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은 지난 5월 서울남부지검 형사2부 소속 고 김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와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단이 됐다.
고 김 검사의 유족들이 지난달 초 "아들이 평소 부장검사의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다"는 취지의 탄원서를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제출하면서 대검 감찰본부가 남부지검과는 별도로 진상조사에 착수하는 등 '검사 자살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 총장은 이날 회의에서 후배를 대하는 상사의 태도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김 총장은 "경험이 부족한 신임 검사와 신임 수사관 등 후배들이 어려운 검찰 업무에 빨리 적응하여 능력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잘 지도하고 교육하는 것이 상사와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상사나 선배가 감정에 치우쳐 후배를 나무라거나 인격적인 모욕감을 줘선 안 될 것"이라며 '태이불교 위이불맹(泰而不驕 威而不猛)'이라는 논어 구절을 인용했다.
김 총장은 "태산 같은 의연함을 갖되 교만하지 않아야 하며, 위엄은 있되 사납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고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41기 동기회는 이날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대검이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섰다는 지적과 관련해 검찰 관계자는 "초기에는 자살 원인이 (유서에 나온)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진단했는데, 최근 부장검사의 폭언·폭행 주장이 새롭게 제기된 것"이라며 "철저하게 진상조사를 하고 있고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