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부산의 한 사립학교재단 이사장이 기간제 교사들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외부 대학 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하게 하는 등 갑질 행세를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부산의 모 사립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채용된 A 씨.
교단에 서게 된 기쁨과 설렘으로 근무를 시작한 A 씨는 학기 초부터 황당한 제안을 받았다.
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들은 해당 학교 이사장 B 씨가 부산의 한 대학에서 진행하는 강좌를 반드시 수강해야 한다는 것.
A 씨는 "매주 3시간씩 2~3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심리치료 관련 강좌에 참석해야 하고 수강료 수십만 원도 자비로 내야 한다는 제안을 들었다"라며 "학교생활을 편하게 하려면 수강 신청을 하라는 식의 사실상 의무적인 수강 제안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 씨는 "아무래도 강좌를 듣는 재단 소속 교사들이 수업 태도도 좋고 호응도 좋을 수밖에 없으니 수업을 듣는 다른 학교 소속 교사 등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기 위한 일종의 동원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라며 "사실상 수업의 들러리였다"라고 주장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강좌에 신청한 A 씨는 강좌가 끝날 때 쯤 또 한 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를 들었다.
A 씨는 "해당 강좌가 끝난 뒤 이사장 B 씨가 주최하는 '가든파티'가 있는데, 이 행사를 기간제 교사들이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결국, 교사들이 자비로 식재료비를 충당하면서까지 행사를 준비해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외에도 몇 차례의 파티가 열리는데 그때마다 파티에 동원돼 일손을 거드는가 하면 행사 뒤처리와 허드렛일까지 도맡아야 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사장 B 씨가 매주 1~2시간 가량 기간제 교사와의 의무 면담 시간을 정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A 씨는 "교사 4~5명이 조를 이뤄 한 주에 한 차례, 2시간 가량 이사장 면담시간을 가졌는데, 황당한 것은 면담 시간에 진행하는 수업이 대학 강좌에서 진행하는 내용과 똑같았다는 점이다"라며 "결국 기간제 교사들 앞에서 미리 강좌를 진행한 뒤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사실상 '예행연습' 성격이 강했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심지어 이사장 B 씨는 "정교사들은 말을 잘 듣지 않아 말 잘 듣는 기간제교사를 더 뽑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갑질에 몇몇 교사는 교단에 선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학교를 그만뒀다.
이와 관련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산지부 등은 기간제 교사에 대한 전형적인 갑질로 판단된다며 사실관계 확인과 적절한 조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부산지부 임정택 정책실장은 "정확한 사실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주변에 만연한 전형적인 갑질과 차별이라고 판단된다"라며 "특히 고용이 불안한 기간제 교사의 경우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피해 사례가 있다면 교육청 등 관계기관에 적절한 조처를 요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학교 측은 교사들의 자발적인 자기계발 활동이라고 일축하며 차별이나 강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사장이 진행하는 외부 강좌에는 기간제교사 뿐만 아니라 정교사도 참여하고 있는데, 이는 규정에 명시된 직무연수 기간을 채우기 위한 자발적인 자기계발 행동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학교나 재단 대표가 매주 면담 형식의 강좌를 진행하는 것은 맞지만, 이 역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상담 교육 활동일 뿐 강제한 적도, 차별한 적도 없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