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지붕에서 시꺼먼 물이 흘러내려 와. 석탄재가 이런 정도인데 미세먼지는 얼마나 날아 오겠어"
8일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 신덕마을에서 만난 김필선(75)·김또점(63) 할머니는 상기된 얼굴로 비 내리는 날 주택 모습과 환경 오염 불안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할머니들이 사는 곳은 한국남동발전㈜ 삼천포본부에서 불과 1㎞ 남짓 떨어져 있다.
최근 환경부가 삼천포화력에서 전국 배출량의 8.8%인 3만5천343t의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가장 많다고 발표한 뒤 대기오염에 대한 주민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두 할머니는 삼천포화력 야적장에서 날아온 석탄재에다 차량 통행으로 인한 먼지, 그리고 최근 경각심이 높아지는 미세먼지 탓에 50여 명 주민은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고 언성을 높였다.
김또점 할머니는 "어제 비가 와서 상당 부분 씻겨 내려가고 일부는 청소했는데도 창틀에서 이렇게 묻어 나오네…"라며 손가락을 들이밀었다.
그는 신덕마을바군지경로당 외벽 묻어 있는 석탄재를 아무 말 없이 가리켰다.
'보면 어느 정도인지 안다'란 의미였다.
김또점 할머니는 "요사이 미세먼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많은 양의 미세먼지를 들이마셨는지 불안하다"라며 "지난 수년간 이곳에서 숨진 주민의 사인이 미세먼지에 따른 폐질환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옆에 있던 김필선 할머니는 "수돗물을 받아 놓으면 석탄재가 가라앉아 사용할 수 없을 정도고 허드렛물로도 사용할 수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방금 받은 수돗물로 밥을 짓고 빨래한 뒤에는 방안에서 창문을 닫고 말리는 등 불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석탄재가 방안까지 밀고 들어 오는데 훨씬 작은 미세먼지는 얼마나 들어올지 모른다"며 "폐질환 검사를 받아 볼까 생각하고 있다"며 걱정했다.
삼천포화력과 2㎞ 남짓 떨어진 하이초등학교도 불안한 모습이다.
이성우 교장은 "방송에서 미세먼지 심각 등을 예보하는 날이면 하늘에 안개가 끼는 날이 있었다"라며 "당시는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이젠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이 교장은 "최근 초미세먼지가 인체에 곧바로 침투한다고 알려지면서 일부 학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등하교 때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미세먼지가 많다고 예보되면 학생들의 실외활동을 금지하고 실내에서 수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교실에 에어컨 등 냉난방기가 설치돼 있지만, 공기를 정화하는 건 아니어서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공기청정기 설치를 건의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삼천포화력에서 운영하는 미세먼지 측정기가 1999년 통폐합하면서 문을 닫은 월흥초등학교에 설치돼 있다"라며 "이 측정기를 우리 학교에 이전해 설치하고 측정치를 매일 학교로 보내달라"고 건의했다.
고성군 하이면사무소 허수은 총무담당은 "발전소 인근 주민들이 석탄재와 먼지 등으로 고통 속에 살고 있지만 대기오염 실태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결과는 없다"라며 "미세먼지에서 주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험군을 정해 폐질환 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발전소와 가장 가까운 하이면 덕호리 4개 마을에 떨어지는 미세먼지 양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하고 결과에 따라 대처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허 담당은 강조했다.
삼천포화력은 시설용량 324㎾ 설비용량으로 유연탄전소 화력발전소다. 1983년 준공돼 33년째 운영되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려고 가동된 지 30년 이상 된 석탄발전소 10기를 폐쇄하기로 한 정부의 방침에 따라 1, 2호기는 2020년 폐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