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49) 검사장(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넥슨 주식 대박'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진 검사장에게 뇌물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금로 특임검사팀은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진 검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4일 오전 진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다가 당일 밤 진 검사장의 뇌물 혐의를 확신하고 긴급체포했다.
진 검사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검찰은 진 검사장이 지난 2005년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넥슨지주회사) 회장으로부터 받은 4억 2500만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진 검사장은 이 돈으로 넥슨의 비상장 주식 1만주를 사들인 뒤 이듬해 넥슨 측에 이를 되판 돈으로 다시 넥슨재팬 주식 8만 5000여주를 매입했다.
당시 이 주식의 거래 가격은 8억 5000만원 상당이었지만, 2011년 일본 증시에 상장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넥슨 주식을 모두 처분한 진 검사장은 12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대박을 쳤다.
검찰은 진 검사장이 넥슨재팬 주식을 사들인 가격이 아닌, 넥슨재팬 주식 자체를 뇌물이라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진 검사장이 부당하게 얻은 120억여원의 시세차익까지 모조리 몰수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주식 의혹에 이어 진 검사장이 지난 2008년 김 회장으로부터 받은 처남 명의 제네시스 차량까지 모두 하나의 뇌물이라고 판단하고 포괄일죄를 적용했다.
포괄일죄를 적용하면 맨 마지막에 이뤄진 범죄의 공소시효가 남아있어 뇌물죄 처벌이 가능하다는 계산에서다.
검찰은 또 "진 검사장이 검사 신분이라는 점을 고려해 자금과 차량을 제공했다"는 김 회장의 진술을 토대로 뇌물의 대가성이 성립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 검사장의 또 다른 핵심 의혹은 한진그룹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뇌물을 수수했다는 점이다.
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 부장검사로 재직하던 지난 2009년 대검찰청으로부터 내려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탈세 의혹을 내사했다가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진 검사장은 수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자신의 처남 강모(46)씨의 청소용역업체에 100억원대에 달하는 한진그룹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14일 서용원 한진 대표이사 사장을 불러 조사하면서 이같은 의혹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12일 진 검사장 자택 등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처남 강씨의 회사도 함께 압수수색한 바 있다.
검찰이 진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 뿐 아니라 한진그룹 무혐의 처분 사건까지 광범위하게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번 사건이 '진경준 게이트'로 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검사의 꽃'이라 불리는 검사장이 '개인 비리' 추문에 휩싸인 대목은 청와대의 인사검증 실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아울러 주식 대박 의혹이 최초로 불거진 지난 3월 진상조사를 미적거렸던 법무부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비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