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로시마 등에서 원자폭탄 피해를 입은 국내 피해자들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이광영)는 21일 원폭 피해자 230명이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천만원씩 배상하라고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폭 피해자들은 지난해 10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적극적인 외교적 조처를 취하거나 중재절차에 나서지 않아, 이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우리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 TF를 위한 자문단을 만들고 양자 간 협의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구상서를 전달하는 등 외교당국과 직접적인 외교적 교섭노력을 해왔으나, 일본 정부가 이에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 "외교관계의 특수성과 정부의 폭넓은 재량권을 고려할 때, 정부가 이같은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이상 '중재절차'로 나아가야 할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1년 '원폭 피해자의 배상청구권이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소멸했는지에 관해 양국 간 해석상의 분쟁을 관련 절차에 따라 해결하지 않은 정부의 부작위(不作爲)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1965년에 한·일 간 맺어진 청구권협정 제3조 2항에는 양국 사이에 발생한 분쟁은 외교상의 경로로 해결되지 않으면 중재절차에 따라 해결한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에 2013년 8월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회원 79명은 전체 회원 2545명을 대표해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외교적 조처를 취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1인당 1천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6월 "정부의 조처가 충분하지 못하다는 사정만으로 국가가 의무를 위반해 불법행위가 성립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이들은 항소하면서 서울남부지법과 북부지법에도 같은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월 서울고법이 항소심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데 이어 이날 남부지법도 이들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다.
서울북부지법에 제기한 소송은 다음달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