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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용 LPG 승용차 4만대에 수백만원 '기습' 과태료, 왜?

사건/사고

    장애인용 LPG 승용차 4만대에 수백만원 '기습' 과태료, 왜?

    • 2016-07-22 06:00

    '사망·세대 분리' 등 이유…"알려주지도 않고 내라니" 황당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행정자치부가 액화석유가스(LPG) 승용차를 취약계층과 함께 소유한 보호자 중 수만 명에게 뒤늦게 과태료를 부과해 논란이 되고 있다.

    장애인이나 국가 상이 유공자의 보호자인 이들은 사망 또는 세대 분리 등을 이유로 수년 뒤 300만 원에 달하는 과태료를 사전 고지도 없이 받았다.

    ◇ 서민들 분통 "알려주지도 않고 과태료 내라니…"

    80대 노부모를 모시는 김 모(57) 씨는 지난 2011년 3월 청각장애를 앓고 있는 노부와 공동 명의로 LPG 승용차를 구입했다.

    LPG 승용차는 복지시책의 일환으로 장애인 또는 국가유공자와 세대를 함께하고 공동 명의로 등록을 하면 구매가 가능했다.

    그로부터 5년 3개월이 지난 올해 6월, 김 씨는 과태료 안내문을 받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LPG 연료사용제한을 위반했으니 과태료 300만 원을 내라는 것.

    5년 이내에 주민등록 등본상 세대 분리해 자격을 상실했으나 시정치 않고 LPG 차량을 소유·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3주 내에 세대를 재합가하거나 차량에서 LPG를 제거해 재등록, 장애인 또는 국가유공자 등에게 명의를 이전하면 과태료 50% 감경은 가능했다.

    김 씨는 차량을 구매할 때부터 과태료를 부과 받을 때까지 아무런 고지나 교육, 계고 등을 전혀 받지 못했다며 A 시청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헛수고였다.

    김 씨는 "LPG 승용차를 사는 장애인 보호자는 대부분 서민들인데 사전에 안내도 하지 않고 세대 분리 3년 뒤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 어딨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심지어 2년 전 장애인인 어머니와 공동 명의로 LPG 승용차를 구매한 임 모(42) 씨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 아니지만 세대 분리를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A 씨는 대부분 차량등록사업소에 직접 등록을 하지 않고 영업 사원을 통해 차량을 구입해 등록을 하다 보니 김 씨와 같이 과태료 부과 사항을 고지 받지 못한 이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설령 고지를 받았더라도 수년이 지나면서 까먹기 십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A 씨 차량등록사업소에 취재진이 신분을 밝히지 않고 LPG 승용차 구매 시 주의사항을 문의한 결과, 5년 이내에 타인에게 팔지만 않으면 된다는 답변만 받았다.

    취재진은 차량등록사업소에 또 다시 전화를 걸어 'LPG 승용차 구매 후 세대를 분리해도 괜찮은 것인가'라고 먼저 문의한 끝에 정확한 고지를 받을 수 있었다.

    ◇ 행자부, 무차별 감사…부산시 "유권 해석 요청"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R4vi fliker)

     

    행정자치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무리한 법령 해석을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감사를 벌여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자치단체별 LPG 승용차 부당사용 현황'에 따르면 행자부는 전국 24만 1421명 가운데 3만 9184명에 대해 각 자치단체에 과태료 300만 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경기가 834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서울 5170명, 경남 3689명, 경북 3545명, 충남 2764명, 전북 2581명, 광주 2429명, 부산 2297명, 인천 1814명, 대전 1704명, 강원 1631명, 충북 1371명, 울산 1092명, 제주 449명, 세종 304명 등 순이다.

    전국 과태료 대상자 총 3만 9184명이 모두 과태료 300만 원을 납부한다면 1175억 원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세대 재합가 등으로 50%를 감경 받는다고 해도 모두 587억 원에 이른다. 경기도의 경우는 대상자의 10% 가량이 소명돼 제외될 것으로 봤다.

    특히, 행자부는 관련 조항이 지난 1999년 생긴 이후 16년 넘게 적용하지 않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과태료를 부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제73조(과태료) 제3항 제5호에 따르면 '같은 법 제28조에 따른 제한을 위반해 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사용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

    산자부는 장애인·국가상이유공자의 사망 또는 세대 분리로 LPG승용차를 '소유'하게 된 보호자를 모두 '사용'한 것으로 간주해 과태료 부과 대상자로 확대 해석했다.

    그러나 법원은 과태료 부과 대상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청주지방법원 단독 조준호 판사는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 법령을 들어 "위반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제28조에 따른 제한을 위반해 액화석유가스를 연료로 사용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며 "위반자에 대해 위반사실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과태료를 처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행정기관에서 장애인용 LPG 승용차를 소유한 보호자가 5년 이내에 전입신고를 신청했을 때 수리해준 것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질서위반행위 규제법 제8조에는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한 질서위반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과태료를 부과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청인 입장에서는 당연히 장애인과 LPG승용차를 공동소유자로 등록된 상태에서 전입신고에 따른 세대분리가 위법하지 아니한 것으로 오인할 충분한 이유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자문한 내부 변호사와 외부 법무법인 등 3곳에서도 서로 엇갈린 의견을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행자부 감사과는 "부과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사전에 산자부의 유권 해석을 받은 뒤 법령에 따라 사실 관계에 의해서만 적발했을 뿐"이라며 "사전 고지나 홍보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산자부 관계자는 "사용 제한을 위반한다면 과태료 부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과태료 재판은 면밀하게 법리 검토가 이뤄지지 않는 측면이 있어 법무부의 유권 해석이 다르게 나온다면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부산시는 지난 14일 이 두 가지 쟁점과 청주지방법원의 두 결정문을 첨부해 법무부에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행자부가 실적을 만들어 내려고 무리하게 감사를 시도해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악용하는 한 두 사람을 잡겠다고 무턱대고 전부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산자부에 대해서는 "LPG를 연료로 사용한 자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해놓고 소유했다는 것을 사용한 것으로 간주하는 앞 뒤 안 맞는 유권 해석을 내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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