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연이어 불산을 누출한 금산의 화학 공장이 위치한 충남 금산군 조정리 주민들이 공장 폐쇄를 주장하며 촛불을 들고 나섰다.
환경당국의 솜방망이 처벌과 꿈쩍도 하지 않는 공장의 태도 때문이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16. 6. 6 금산 화학공장서 또 불산 누출…이번이 세 번째 등)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 마을 주민 50여 명은 21일 오후 8시쯤 조정리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시행했다.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주민들은 휠체어를 타고 오거나, 지지대를 끌고 와 미리 광장에 모여있었다.
대부분 노인인 주민들은 허리가 굽어 느린 걸음이었지만, 단호한 표정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8시 20분쯤 참외, 포도, 수박, 돼지머리, 막걸리 등이 상에 올랐고 금산군재난예방위원회 김진호 위원장, 조정리 황규식 이장 등 대표자들이 한 명씩 절을 하고 주민들에게 당부와 격려의 말을 했다.
김 위원장은 "화학 공장은 불산 누출 사고를 내고도 반성의 기미가 없다"며 "우리는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고 불산 공장 퇴치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화제라는 이름에 걸맞게 학생들의 글짓기 대회나 노래, 연주 등 문화 활동도 함께 할 것"이라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우리의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이때 촛불을 들고 있던 주민들의 박수가 쏟아져나왔다.
21일 오후 충남 금산군 군북면 조정리에서 마을 주민들이 촛불 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미성 기자)
불빛이라곤 천막의 전구와 촛불밖에 없어 어두운 환경에서 진행된 행사였지만, 주민들은 발언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박수치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표자들의 발언이 끝나자 몸이 불편한 주민들까지 모두 일어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절을 했다.
화학 공장의 폐쇄를 기원하는 마음에서다.
20년 넘게 조정리에 살고 있다는 한 모(79·여) 씨는 "공장이 두 손을 들어야 내가 맘 편히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청정 마을이라고 해서 20여 년 전에 이곳으로 이사를 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몸이 망가졌다"며 하소연했다.
이어 "내 한 몸 보탠다는 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휠체어 끌고서 열심히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불산이 누출되는 장면을 처음으로 목격한 이상욱(64) 씨는 "화학 공장 맞은편에 살기 때문에 두 발 뻗고 잘 수가 없다"며 "누출 사고를 처음으로 목격했을 때도 마음이 참 착잡하고 울적했다. 이제는 제발 우리 마을에서 떠나줬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최근에 조정리로 이사 온 황 모(62·여) 씨 역시 "주민들은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는 상황"이라며 "내가 지금 몸이 안 좋은데도 한 명이라도 힘을 보태야 될 것 같다"며 촛불 문화제 참석 이유를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21일을 시작으로 공장이 폐쇄될 때까지 매일 촛불 문화제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