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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발이 목구멍을 탁 칠때 제 맛! 자르지 마세요"

사회 일반

    "냉면발이 목구멍을 탁 칠때 제 맛! 자르지 마세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찬일 (셰프)

     

    오늘 중복입니다. 그러고 보면 요 며칠 참 더웠죠. 이렇게 더운 날이면 살얼음 동동 떠 있는 냉면 한 그릇이 절로 떠오르는데요. 냉면계의 양대산맥 하면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느 쪽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 면은 가위로 잘라 드세요, 그냥 드세요? 식초는 치십니까? 그러고 보면 냉면은 참 단순한 듯 하면서도 복잡 미묘한 그런 음식입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는 이 냉면 얘기 좀 해 보겠습니다. 음식 칼럼니스트세요. 박찬일 셰프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찬일 셰프, 안녕하세요?

    ◆ 박찬일>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국수주의자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계시더라고요.

    ◆ 박찬일> 네, 먹는 국수주의자입니다.

    ◇ 김현정> 민족주의, 국수주의 할 때 그 국수주의 아니고요?

    ◆ 박찬일> 아닙니다. (웃음)

    ◇ 김현정> 냉면도 그러면 당연히 좋아하시겠어요?

    ◆ 박찬일> 그럼요, 냉면 광이죠.

    ◇ 김현정> 냉면 광. (웃음)

    ◆ 박찬일> 아주 더운 날 시원한 냉면처럼 강력하게 더위를 없애줄 수 있는 그런 면요리가 흔하지 않습니다.

    ◇ 김현정> 맞아요. 이게 세계적으로 봐도 이렇게 차가운 육수에다가 면 담가먹는 요리가 별로 없죠?

    ◆ 박찬일> 네, 사실상 없습니다.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3대 이해할 수 없는 음식에 냉면이 보통 꼭 들어갔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이해할 수 없는 음식에?

    ◆ 박찬일> 이해할 수 없죠. 왜냐하면 우리도 이해를 못하지 않습니까? 평양식 냉면을 드시고서는 도대체 이게 무엇이지, 처음 드시는 분들은 태반이거든요. 외국인들은 그렇게 차가운 육수에 면을 넣어먹는 건 더더욱 이해가 안 되시는거죠.

    ◇ 김현정> 그러면 냉면 중에서도 평양냉면, 함흥냉면 쪽 크게 양대산맥이 있는데 우리 박 셰프는 어느 쪽 편이세요?

    ◆ 박찬일> 저는 둘 다 좋아합니다. 함흥냉면이, 한국에서 남한에서 지금의 냉면으로 진화해서 완성돼 있는 형태고요. 평양냉면은 원형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형태입니다.

    ◇ 김현정> 그런데 함흥냉면 맛은 뭔지 분명히 우리가 알아요. 굉장히 좋아하고요.

    ◆ 박찬일> 달콤하고 맵고 그렇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평양냉면, 요즘 최근에 많은 분들이 사랑하시는 그 평양냉면은 좀 심심하고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다, 이런 분들도 많거든요. 특히 함흥냉면 팬들은 평양냉면 무슨 맛인지 통 모르겠다, 이런 분들도 계시는데.

    ◆ 박찬일> 평양냉면 같은 경우는 밍밍하죠. 그러니까 맑고 차가운 육수에 담가져있다 보니까 향의 발산은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맵지도 않고 달지도 않으니 우리가 맛을 느끼기가 좀 어렵죠.

    ◇ 김현정> 그런데 그 매력은 뭐예요? 평양냉면 한번 빠진 분들은 절대 못 헤어나오시더라고요.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 박찬일> 시내 아무개 냉면집, 일 오래된 냉면집 중에 하나인데요. 거기에 50년 이상 근무하신 직원이 한 분 계십니다. 그분 말씀이 아무 맛이 없는 것이 맛이야라고 하십니다.

    ◇ 김현정> 평양냉면집 직원 이야기예요. ‘아무 맛이 없는 그게 바로 평양냉면의 매력이야.’ (웃음)

    ◆ 박찬일> 그렇게 저희들이 해석할 수있죠. 그러니까 좀 밍밍한 맛, 행주 빤 물 같다, 이렇게. (웃음) 그런 분들도 10에 8, 9은 자꾸 드시다 보면 중독이 되죠.

    ◇ 김현정> 재미있네요. 평양냉면은 먹다 보면 빠지는군요. 두 번째 궁금증. 냉면집 테이블에 가면 늘 식초하고 겨자가 같이 놓여 있어요. 이걸 넣어서 먹는 분도 계시고, ‘아니야, 이거 넣으면 맛 버려.’ 절대 못 넣게 하는 분도 계시고 어떤 게 맞는 겁니까?

    ◆ 박찬일> 과거에는 식초랑 겨자를 넣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관습이 좀 남아 있는 거예요. 왜냐하면 옛날에는 동치미로 냉면을 말았거든요. 원래 겨울 음식이었고 이것이 상업화되면서 여름에도 냉면을 먹게 되면서 여름에 동치미가 없잖아요. 요즘은 저장해서 가능하겠지만 과거에는 없었거든요. 그러니까 동치미 맛을 흉내내보는 형태로 식초를 넣었더니 제법 유사하더라, 그것도 있고 또 당시 위생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식초를 뿌려먹음으로써 어떤 잡균을 죽이는 효과를 볼 수 있는거죠.

    ◇ 김현정> 그런 거군요.

    ◆ 박찬일> 또 겨자는 냉면이 찬 음식이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겨자는 더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맵죠. 그래서 그걸 중화해서 배탈을 방지한다, 이런 취지를 또 갖고 있죠.

    ◇ 김현정> 냉면의 세계가 재미있어요. 식초, 겨자 뿌리는 것도 알고 보니 다 이런 유래, 이유가 있었던거군요.

    ◆ 박찬일> 그러니까 뿌려 드셔도 되고 안 뿌려 드셔도 되고. 이것은 그냥 기호의 차이예요.

     

    ◇ 김현정> 또 한 가지 냉면에 대한 속설은 '가위질을 하지 않아야 제맛이 난다' 이건 진짜인가요?

    ◆ 박찬일> 네. 면의 길이는 물리적으로 맛있는 길이로 정해져 있습니다. 우리가 국수를 사면 30cm 내외로 나오지 않습니까? 그게 유통의 편리도 있지만 그 정도 해야 국수의 맛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거예요. 이렇게 빨아들일 때, 예를 들어 국수를 토막쳐서 한번 삶아보세요. 숟가락으로 떠서 드시면 국수발이 목구멍을 치고 지나가는 맛을 느낄 수 없거든요?

    ◇ 김현정> 재미있네요. ‘국수발이 목구멍을 치고 넘어가는 그걸 느낄 수 있어야 된다.’

    ◆ 박찬일> 이게 바로 물리적인 맛인데요. (가위로 냉면을) 잘라버리면 국수를 씹는 맛을 덜 느끼게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 박찬일> 제 친구는, 냉면 시키고 아주머니가 딱 오면서 '잘라드릴까요?' 하면서 이미 가위로 자르고 계시거든요?

    ◇ 김현정> 맞아요, 맞아요. (웃음)

    ◆ 박찬일> 그래서 직원분이 오셔서 가위를 들 때, 손으로 두 손으로 막습니다. 그런 친구도 봤습니다. (웃음)

    ◇ 김현정> 여러분 잘 들으셨죠? 목구멍이 면발을 칠 때 그때 맛을 느끼는 거랍니다. 되도록이면 좀 힘들어도 이로 잘라 드셔보시기를. 재미있네요. 냉면, 참 오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이런 말씀 하셨더라고요. ‘냉면은 우리 현대사회에서 가장 아픈 음식이고 남북을 하나로 묶는 데 분명히 기여할 수 있는 음식이다.’ 이거는 무슨 뜻입니까?

    ◆ 박찬일> 냉면은 전형적으로 디아스포라의 음식이잖아요.

    ◇ 김현정> 디아스포라요? 유태인의 디아스포라.

    ◆ 박찬일> 이를테면 유태인들은 가지 같은 음식을 보면 남다르게 생각하거든요. 개토에 갇혀 살면서 일반 시민들이 안 는 가지, 토마토 이런 거, 소 내장 이런 걸로 음식을 해 먹었어요. 그런데 우리는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이잖아요. 그런 분들이 실향민들이고 그분들이 냉면집을 많이 열면서 남한에 냉면 붐이 크게 일어났거든요. 그 음식 자체는 가장 가슴 아픈 음식이죠.

    ◇ 김현정> 그러고 보니까 그러네요. 유명한 냉면집들 찾아가 보면 이북분들, 북에서 넘어오신 분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분들이 하는 음식점이거든요.

    ◆ 박찬일> 이제 실향민들이 연세가 정말 많아서, 지금 가면 팔십줄 되는 노인들께서 오셔서 냉면을 드시는 장면을 더러 보게되거든요. 그럴 때마다 저는 보통의 장면으로 보이지 않고, 가슴이 좀 찡해지는 거죠.

    ◇ 김현정> 그렇네요, 그렇네요. 정말 하루 빨리 통일이 돼서 그 실향민들 고향으로 돌아가서 오리지널 함흥냉면, 오리지널 평양냉면 드실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고요. 오늘은 냉면 한번 꼭 먹어봐야겠는데요.

    ◆ 박찬일> 예, 자르지 말고 한번 드셔보세요. (웃음)

    ◇ 김현정> 네. 오늘은 꼭 자르지 말고, 가위 드시기 전에 손으로 막고, (웃음) 꼭 먹어보겠습니다. 박찬일 셰프 오늘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 박찬일>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음식칼럼니스트세요. 박찬일 셰프와 함께 냉면 얘기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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