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사실상 신용등급평가 시장에서 과점 혜택을 누려오던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 3사의 신용등급평가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져 온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평가 업무 수행 자격이 없는 이들을 평가 업무에 참여하도록 하는가 하면, 등급조정 사유가 충분하지도 않음에도 타사 전망치를 따라 조정했으며, 심지어 신용평가서에 중요한 평가요인들을 빠뜨리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뿐만 아니라, 평가 업무 인력이 평가 업무를 공정하게 할 수 있도록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야 함에도 신평사들은 평가 업무자들에게 영업업무를 하도록 하며 평가자들을 돈벌이 현장으로 내몰았다. 성과급 일부를 성과평가지표 달성 수준에 따라 지급하도록 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신평사 부분검사, 종합검사 결과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신평사 업체들은 최근 5년 간 신용평가 업무를 하면서 ▲신용평가서 주요 평가요인 누락 ▲평가 업무 인력의 영업업무 수행 ▲등급조정 사유 불충분함에도 타사 전망 추종 ▲ 현재상황 분석 소홀 및 미래 전망 종합적 검토 미흡 ▲ 비평가 인력의 신용평가 업무 관여 ▲ 성과급도 문제, 연간 성과평가지표 달성 수준에 따라 지급 등을 자행했다.
(사진=금감원 홈페이지 캡처/스마트이미지 제공)
◇ 주먹구구식으로 관리된 평가시스템신평사의 신용평가 자료는 신평사들의 핵심 기술이자 정보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 유출됐을 때에는 평가를 받은 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하지만 한신평과 나이스신평은 이런 평가시스템 등을 통한 전산자료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
한신평은 2013년 2월 이후부터 애널리스트의 평가의견, 평가위원회 의결사항 및 평가 자료 등을 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이전까지 사용한 통합관리 시스템에 등록된 평가자료를 평가 담당자가 임의로 수정 및 삭제를 할 수 있게 돼 있었다. 자료가 수정될 경우 어떤 내용이 수정됐고 누가 수정했는지에 대한 기록이 남아야 하지만, 실제 이들 전산시스템은 이들의 기록이 남지 않게 돼 있었다.
나이스신평도 전산시스템의 수정 및 삭제가 필요한 경우 구두 또는 이메일로 요청해 처리하고 있었다. 변경 요청을 하는 이유 등에 대해서는 전혀 관리되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IT직원이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전산자료를 조회하거나 수정, 삭제 등의 업무를 할 때도 변경기록이 남지 않게 돼 있었다.
(사진=나이스 신용평가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신용평가서 주요 평가요인 누락또한 신용평가업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가서의 신뢰다. 투자자들이 신용평가사의 평가서를 주요 투자 지침으로 활용하기 때문. 따라서 평가서는 평가 대상 회사의 사업위험·경영위험·재무위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립적인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작성돼야 한다.
하지만 한신평은 신용등급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을 신용평가서에 적절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등급 조정 사유가 충분하지 않았음에도 등급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고, 평가위원회를 통해 신용등급을 결정하기 이전에 평가 대상 회사에게 미리 통보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한신평 A실 등 3개 평가부서는 2012년 8월 20일부터 2013년 1월 15일까지 4개사의 무보증회사채 또는 기업어음 등의 신용평가와 관련해 평가위원회를 통해 신용등급(등급전망 포함)을 결정하기 이전에 실무평가회의 등에서 결정한 평가 결과를 평가 대상 회사에 적게는 하루 많게는 4일 전에 미리 통보했다.
나이스신평도 B실 등 3개 평가부서가 2012년 6월 22일부터 2013년 7월 3일까지 6개사의 무보증회사채 또는 기업어음 신용평가 업무와 관련해 등급조정 사유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타사의 등급을 참고해 신용등급 상향했다.
◇ 평가 기준 마련해놓고 다른 기준 적용하기도신용평가사는 신용평가 대상을 자산별·업종별로 구분해 각각의 평가 기준과 방법을 기술한 평가방법론을 가지고 있다. 평가자는 이 평가방법론에 근거해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나이스신평은 이를 준수하지 않았다.
나이스신평 C실 6개 평가부서는 2011년 9월 28일부터 2012년 12월 27일까지의 기간 동안 10개 회사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자사가 정한 업종별평가방법론상 평가 기준과 다른 기준을 적용해 평가했다.
나이스신평 D실과 E실은 2011년 9월 16일부터 2013년 1월 31일 기간 동안에는 11개 생명보험 회사에 대한 보험금지급능력 등의 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지표를 변경해 사용했음에도 변경해 적용한 평가방법론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스마트이미지/자료사진)
◇ 평가 업무 인력의 영업업무 수행심지어 이들 신평사 3사는 독립적으로 객관적인 평가 업무를 봐야 하는 평가자들을 영업 현장으로 내몰았다.
한신평은 금감원의 검사대상 기간(2011년 9월1일부터 2013년 11월 25일 기간) 중 연간 업무 목표보고 등에 평가조직의 매출목표를 설정했다. 평가조직 임직원에게 평가 대상 회사에 평가의뢰를 요청하게 하는 등의 영업활동을 수행하도록 사실상 강요한 것이다.
또한 한신평은 평가조직의 실장 및 본부장에 대한 성과급 일부를 연간 성과평가지표의 달성수준에 따라 지급하고 있어 금감원으로부터 개선명령을 받았다.
나이스신평도 같은 기간 연간 사업계획에 평가조직의 시장점유율 목표 등을 설정하고 월·주간 단위로 점유율 파악, 신규수주·마케팅 현황 등을 관리하면서 평가조직의 영업활동을 강화했다.
◇ 비평가 인력의 신용평가 업무 관여
반면, 적합한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이 신용평가분석 작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나이스신평 F실은 2013년 5월 20일 ㄱ사로부터 의뢰받은 그룹사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면서 경영관리본부 소속 기획실 인력 등 신용평가부서 소속이 아닌 직원 6명을 ㄴ사 등 6개 그룹사에 대한 신용평가 업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보고서 제출 시에는 신용평가부서 소속 직원으로 평가 담당자를 변경하기도 했다.
한신평 G본부는 검사대상 기간(2011년 9월1일부터 2013년 11월 25일) 중 평가진행 상황, 신용등급 결정 내용, 등급부여 일정 등을 입력한 내부전산시스템에 영업조직 임직원이 접속해 조회하기도 했다.
김해영 의원은 "지난 2013년 단 한 차례 진행한 부문 검사 결과보고서에 대한 금융당국의 미흡한 조치가 신평사들의 주먹구구식 평가를 방치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볼수 있다"며 "금융당국의 신평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