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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명문대에 연구소 차려놓고 버젓이 다단계 영업

사건/사고

    [단독] 명문대에 연구소 차려놓고 버젓이 다단계 영업

    피해자 "지옥같은 시간이었다"…서울시 특별사법경찰 내사 진행중

    명문대 창업보육센터에 버젓이 연구소를 차려놓은 한 회사가 다단계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산소공급기 제조업체인 해당 회사는 별도의 판매 회사를 통해 영업을 하는 수법으로 일반인 피해자들을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구직 사이트 통해 접근…"지옥같은 시간"

    지난 5월, 피해자 A (35·여) 씨는 한 업체로부터 산소공급기 판매 직원을 뽑고 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A 씨가 구직 사이트에 1주일 전 올려둔 이력서를 통해서였다.

    면접을 보러 간 A 씨에게 회사는 정직원이 되기 위해선 ‘역량 검증’을 거쳐야 한다며 제품 천여만 원 어치를 구매하라고 요구했고, A 씨는 아무 것도 모른 채 1650만 원 어치의 산소공급기를 샀다.

    회사는 그 이후에는 "다른 판매원들을 데리고 오면 당신이 수당을 챙겨갈 수 있다"고 하거나 "판매 수익 중 7%는 당신을 데려온 팀장이 가져간다"는 등 말을 했다고 A 씨는 전했다.

    차차 불법 다단계를 의심하게 된 A 씨는 서울시에 이를 신고했다. A 씨는 "신고 사실을 알게 된 회사는 위협을 하며 집으로 불쑥 찾아오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때문에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던 A 씨는 "나는 바보같이 당했다고 해도 우리 가족까지 회사 사람들 때문에 고통에 시달리니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A 씨는 간신히 회사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지금은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지옥같은 시간이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판매업체일 뿐이라며 선 긋기…그러나 같은 회사?

    A 씨에게 접근했던 회사는 산소발생기 판매업체인 B 사였다. B 사는 산소발생기 특허 기술을 가진 C사로부터 물건을 받아 판매했다.

    고려대학교 창업보육센터에 기업 부설 연구소를 차려 놓은 제조 업체는 바로 이 C 사.

    B 사와 C 사의 관계가 궁금해 고려대 창업보육센터를 찾은 취재진에게 C 사 측은 "우리는 물건을 '제조'만 하는 회사고, B 사는 우리 회사의 납품 업체들 중 하나일 뿐"이라며 "B 사와는 엄연히 남"이라고 항변했다.

    "그럼 판매업체 B 사는 다단계 업체가 맞느냐"는 질문에는 "B 사는 '합법적인 방문판매 회사'"라며 B 사의 물건 판매 방식에 대해 그림까지 그려가며 상세히 설명했다.

    "어떻게 하나의 거래업체일 뿐인 B 사의 판매 방식을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으니 "하도 여기저기서 다단계 의혹이 제기돼 공부를 했다"는 석연찮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같은 벤처 기업은 암웨이나 뉴트리라이트 등 세계적인 다단계 회사에 물건을 파는 게 꿈"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A 씨의 민원을 처리한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속 민생점검팀 관계자에 따르면 B 사와 C 사는 결국 같은 회사.

    제조업체인 C 사가 B 사 등 판매업체를 통해 다단계 영업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B 사가 다단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C 사에게도 똑같이 흘러들어갔다.

    게다가 B 사와 C 사는 형식상 각각 대표는 다른 사람으로 등록돼있지만 양 쪽 어디에 전화를 걸어도 한 사람이 받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전했다.

    ◇ 경찰 내사 착수…수사망 좁혀가는 중

    B 사는 회사 이름을 바꿔가며 다단계로 보이는 영업을 계속했다. 피해자들의 신고로 한 구직 사이트에서는 탈퇴 처리까지 당했으나 이름을 바꾸고 심지어는 사업자등록번호까지 새로 발급 받아 탈바꿈을 하고 있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해당 구직사이트 관계자는 "우리는 탈퇴 처리를 했는데 사업자번호를 바꿔가면서 계속 들어온다"며 "사업자등록번호 이외에도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등도 파악해 같은 회사로 판단되면 또 탈퇴처리를 하는 식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B 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증언이 반복되자 경찰도 내사에 착수했다.

    식품위생, 다단계 등 민생 관련 불법 행위를 단속·수사하는 서울시 특별사법경찰 방문판매수사팀은 B 사와 C 사를 상대로 내사를 진행 중이다.

    담당 수사관은 "해당 회사가 방문판매 회사로 등록돼있는만큼 우선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를 의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식 사원으로 등록하기 위해 물건을 사게 만드는 점이나, 사원들에게 강제적으로 판촉 전화를 돌리게 하는 점 등에 위법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C 사는 계속해서 관련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 C 사 측은 "두 회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진술이 많이 올라온다"는 취재진의 지적에는 "우리를 견제하려는 상대 업체가 많다"고 대답했다.

    고려대 측은 해당 업체와 관련된 의혹과 피해자들의 존재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고려대 창업보육센터 관계자는 "C 사는 벤처기업으로 본교에 들어와있는 것"이라며 "입주를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는 모두 제출해 의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회사로부터 피해를 봤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만에 하나라도 문제가 발생할 시 퇴거 조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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