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현대중공업 '힘센엔진(HiMSEN)' 주요 부품의 설계도면 등을 빼돌려 수십억 원대 복제품을 생산·유통한 업자들이 해경에 붙잡혔다. (사진=남해해경 제공)
국가 핵심기술로 지정된 현대중공업 '힘센엔진(HiMSEN)' 주요 부품의 설계도면을 빼돌려 수십억 원대 복제품을 생산·유통한 업자들이 해경에 붙잡혔다.
남해해양경비안전본부 국제범죄수사대는 힘센엔진의 주요 부품인 연료분사장치 등의 설계도면을 불법적으로 빼돌려 짝퉁 부품을 생산·판매한 혐의로 제조업체 A사 대표 이모(4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해경은 또 이씨로부터 사들인 짝퉁 부품을 해외로 유통시킨 혐의 등으로 유통업체 B사 대표 박모(35)씨 등 4명과 법인 3곳을 불구속 입건했다.
남해해경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 2012년부터 4년여 동안 힘센엔진의 핵심 부품인 연료분사장치를 복제한 제품을 생산한 뒤 이 중 15억 원 상당을 유통업체 등에 팔아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씨의 회사는 과거 현대중공업이 힘센엔진을 시제품화하는 단계에서 협력업체로 참가하면서 손에 쥔 설계도면을 빼돌려 복제품을 만들어낸 뒤, 마치 자사의 기술로 개발한 것처럼 속여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이 1100억 원의 연구비를 투입해 지난 2000년 8월 독자 개발한 국내 기술로 만든 중형 선박엔진이다.
이씨의 범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씨는 또 앞서 2009년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세계 유명 선박엔진 부품 제조사의 제품을 복제해 중국 등에 수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판매 금액만도 15억 원 상당에 달한다고 해경은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씨는 금속제품에 레이저로 문자를 새길 수 있는 타각기를 자신의 사업장에 설치한 뒤, 이를 이용해 피해 회사의 상표와 상호 등을 부품에 새겨 마치 정품인 것으로 속여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로부터 정품 가격보다 싼값에 상호가 없는 미완성 선박엔진 짝퉁 부품을 사들인 유통업체 대표들도 최근 5년여 동안 비슷한 수법으로 6억 원 상당의 복제품을 유럽 등 해외에 유통시켜온 것으로 해경 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들 중 상호나 상표를 새길 수 있는 장비를 갖추지 못한 유통업체는 건당 500~4000원을 주는 조건으로 타각전문 업체에 부품을 맡겨 제품 상호를 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종국 국제범죄수사반장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는 선박엔진 부품 사용은 자칫 대형 해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들 업체는 대기오염 미세먼지 배출규제에 적합한 제품에만 부여되는 국제 인증번호까지 도용해 해양대기환경의 오염까지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 IMO(국제해사기구)는 엄격한 승인절차를 거쳐 이에 적합한 선박엔진 부품에만 IMO번호와 EIAPP(국제기관대기오염방지증서)를 발급하고 있는데, 이씨 등은 이 인증번호까지 도용해 짝퉁 부품을 정품인 것처럼 둔갑시켰다.
한편, 해경은 이씨가 중국 칭다오에 사업장을 설립한 것을 확인함에 따라 힘센엔진의 제작 기술이 해외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