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예산안 처리를 위한 22일 국회 본회의가 여야의 조선ㆍ해운업 구조조정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대립하며 열리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선 추경, 후 청문회'를 야당은 전 경제부총리였던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과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청문회 증인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28일째 표류하고 있다. 정부가 국회에 추경예산안을 제출한 건 지난달 26일.
당초 오는 12일로 여야가 합의했던 추경 통과 시기는 다시 22일로 미뤄졌다가 청와대 서별관회의 증인채택 문제로 이마저도 무산되면서, 이제는 추경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여부조차도 알 수 없는 안개 속에 빠졌다.
추경예산안이 이달 말 임시국회 종료 전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사실상 추경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추경예산 11조원은 9월부터 넉 달 동안 집행하는 것으로 시간표가 이미 꽉 짜여 있어 이달 이후 추경이 통과되면 집행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만의 하나 추경이 무산되면 조선업종 실업자들의 재취업 교육은 물론, 각 지방교육청의 누리과정 재원마련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된다. 또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 지원 등 각종 소비 진작 수단도 잃게 돼, 급락하는 경기에 대한 방어 수단이 없어지는 문제도 있다.
연세대 성태윤 교수는 “추경 같은 지출 정책은 어느 시점에 집행하느냐에 따라 그 영향과 효과가 다를 수 있다”며 “현재같이 경제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는 시의적절하게 조속히 집행하는 것이 효과를 더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추경 사업이 무산된 것을 내년도 본예산에도 반영할 수 없는 상황, 내년도 본예산은 다음달 2일까지 국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본예산 작업은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추경이 무산됐다고 추경 사업을 내년 본예산에 끼워 넣을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
진퇴양난에 빠진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추경예산이 국회에서 무산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경험에 비춰, 이번에도 추경이 극적으로 통과된다는 쪽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과거 100일까지도 국회에서 추경 통과가 지연된 적은 있지만 통과가 안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는 국회만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국회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수석을 청와대 서별관회의 청문회의 증인으로 불러야 추경 통과에 합의해줄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지난해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을 지원해주기로 결정한 청와대 서별관회의의 핵심 당사자들을 빼놓고 청문회를 진행할 수 없고, 그 책임을 묻지 않고 조선업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추경을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최경환 의원이나 안종범 수석의 증인 채택은 불가하다고 반대하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여야 협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사상 초유의 추경 무산 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