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예술인총연합회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제주예술인총연합회(제주예총)가 전직 회장의 1억 원 유용사건에 대해 '될대로 되라'는 식의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현직 회장의 관계를 감안하면 해결의지가 없어 보인다.
성금 1억원을 모아 제주예총에 전달한 배우 고두심 씨가 심경까지 밝혔지만 제주예총은 공식입장은 커녕 이사회도 단 한차례 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CBS노컷뉴스는 지난 9일 제주예총이 '서정용 전 회장 시절 유용된 공금을 결손처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단독]제주예총이 삼킨 고두심 성금 1억)제주예총 부재호 회장은 당시 "나중에라도 당연히 받아야 하는 돈이고 받지 못할 경우 어떻게 받아야 할지 앞으로 해결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름이 지나도록 이번 사건과 관련해 열린 회의는 단 한차례뿐.
이마저도 정식 회의가 아닌 내부 임원 회의로 진행돼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 수 없었다.
취재진은 부 회장에게 수차례 해결방안과 진행과정 등을 물었으나 더 이상 드릴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문제 해결의지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답변을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제주예총 관계자는 회장이 이사회를 열어야 회의를 진행할 수 있다며 아직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제주예총 전현직 회장의 관계를 감안하면 성금 1억원 유용사건이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 전 회장과 부 회장은 둘 다 제주예총 연극협회 출신이다.
서 전 회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부 회장을 자신이 키웠다"며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일 첫 보도가 나갈때도 서 전 회장은 기자와 통화한 뒤 곧바로 부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결손 여부를 물어본 것으로 확인됐다.
배우 고두심씨와 서 전 회장이 작성한 공금유용 각서. (사진=자료사진)
한편 제주 출신 배우 고두심 씨는 지난 2002년 10월 연기생활 30년을 맞아 제주에서 7박8일간 200㎞를 걸었고 성금 1억여 원을 모아 제주예총회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했다.
하지만 서 전 회장이 지난 2005년 개인사업을 위해 이 돈을 담보로 대출한 뒤 갚지 못했다.
예총은 10년 동안 서 전 회장을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고 지금까지 문제를 매듭짓지 못했다. 회장의 비리를 알면서도 묵인한 것이다.
2006년 형사소송법이 개정되기 전 업무상 횡령죄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2년에 이미 끝났다는 것이 법조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제 식구 감싸기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배우 고두심 씨는 지난 10일 매니저를 통해 CBS노컷뉴스에 "데뷔 30주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예총에 건물이 없다고 해서 지인들끼리 합심해 말뚝이라도 보태자는 심정으로 한 일이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서 전 회장은 여유가 생기는 대로 이 돈을 모두 갚겠다고 밝혔다.
제주예총 한 임원은 현재 회장단은 책임에 한참 벗어나 있지만 이제껏 이 문제를 거론되게끔 한 것은 잘못이라며 실질적으로 구속력 있는 해결방안 등을 여러 방면에서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