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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내가 쏠게"…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사회 일반

    사라진 "내가 쏠게"…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n분의1 시대 개막 "열흘 전부터 각자 냈는걸요"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1인 기준 2만 9천원인 저녁 메뉴 '란이한상' 을 하루 5팀에 한정해서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A코스에서 탕수육 양을 좀 줄이고 3만원에 맞춰드리겠습니다, 손님"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저녁, 서울 광화문의 한 중식당에서 메뉴를 받아 적는 이모(44) 씨의 손놀림이 분주해졌다.

    웅성거리는 손님들 이야기 소리에 주문을 잘 못 들었는지 이 씨는 연신 주문서를 지웠다 고쳤다.

    이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 씨는 "오늘 평소보다 50% 더 많은 손님이 가게를 찾았다"며 "3만 5000원짜리 저녁 코스에 나오는 음식들 중 손님과 상의해 3만원에 제공하는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서울시내 불고기 전문 체인점 불고기브라더스 광화문점 메뉴판에 관련 신설 메뉴가 적혀 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2인분에 5만9천800원, 3인분에 8만6천900원인 '스키야키 불고기 세트'를 출시했으며 1인당 3만원 이하 메뉴에는 '김영란'이라고 적힌 원형 마크를 붙였다.(사진=박종민 기자)

     

    광화문 지하식당가에 있는 한 불고기집은 저녁 7시가 되자 흰 셔츠에 넥타이를 맨 남성들이 가게 앞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이들은 입구 포스터에 적힌 '주류 4900원 무제한 리필'과 '김영란 세트' 도장을 보더니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이 식당 관계자 박모(33·여) 씨는 "법 시행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제공했다"면서 "음식, 후식, 그리고 주류를 포함해 3만원이 넘지 않아 오늘(27일) 저녁에만 예약자가 80명이 넘는다"고 했다.

    ◇ 적자생존, '김영란세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지...'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가격 변화 없이 김영란법 혁명을 맞이한 일부 고급음식점들은 손님이 절반으로 줄며 시행 전날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국회 앞 여의도의 한 일식집은 한창 바쁠 저녁 7시인데도 홀이 텅 비어있었다.

    잠시 가게 앞에 멈춰선 사람들도 '참치회 7만원'이라고 적힌 입간판을 보더니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이 일식집 관계자는 "손님 한분이 '여기도 2만9000원짜리 김영란세트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느냐'라는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뒤늦게 새로운 메뉴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 1인 기준 2만 9천원인 저녁 메뉴 ‘란이한상’ 을 하루 5팀에 한정해서 판매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황진환 기자)

     

    여의도의 한 대창집 앞에서 만난 강모(44) 씨는 이미 열흘 전부터 저녁 약속을 잡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강 씨는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 때문에 저녁 약속을 잡지 않는다고 말하면 누구나 이해하는 분위기"라며 "당장 내일(28일)부터 잡힌 약속이 없다"고 말했다.

    친구들과 '건배'를 외친 뒤 벌개진 얼굴로 화장실을 찾은 공무원 A(36) 씨도 "더치페이를 약속한 선·후배들과 김영란법 전야를 보내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법이 잘 지켜져 '특정인이 쏘는' 문화가 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 김영란법 전야 만끽파도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 시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한우전문 식당으로 시민이 들어가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국내 한 식품제조업체에 종사하는 B 씨는 26일에 이어 김영란법 시행 전날에도 업체 사람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B 씨는 "오늘은 (김영란법 시행) 전야인데 약속이 없으면 인간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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