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청와대 외압 의혹이 제기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고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하면서 수사 의지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5일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형사8부(한웅재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지난달 29일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 만이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씨,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 K스포츠재단 대표 등도 고발 대상에 올랐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부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사 중인 사안이 적은 형사8부에 미르재단 사건을 배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이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한 것을 놓고 벌써부터 뒷말이 무성하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굵직한 사건을 맡는 특수부에서 수사해야 하지만, 단순 고발 사건을 맡는 형사부에 배당됐기 때문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원사인 대기업들로부터 모두 800억원이 넘는 거액을 모금한 의혹을 받고 있다.
모금에서부터 법인 등록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가운데 비선실세인 최씨와 안 수석이 법인 설립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 수사 베테랑인 특수통 검사들이 나서도 청와대 개입 의혹을 밝혀내기 녹록지 않은 상황인데 수백건의 고발 사건이 쌓여있는 형사부에 사건을 내려보낸 것은 검찰이 애당초 청와대를 수사할 의지가 없었음을 방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이 사건 배당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일주일이 지나서야 수사에 착수한 것은 청와대 눈치보기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조응천 의원은 "국회 국정감사가 끝난 후 사건을 배당하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오늘에서야 수사에 나선 것 아니겠느냐"며 "수사 의지 부족으로 보여지는 만큼 제대로 수사를 해낼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소속 금태섭 의원도 "전날 고등검찰청 국감에서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음에도 사건을 형사부에 배당한 것은 배후에 누군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며 검찰의 의지 부족을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