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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매매로 유혹하는 '랜덤채팅' 직접 해보니..

사건/사고

    청소년 성매매로 유혹하는 '랜덤채팅' 직접 해보니..

    앱 가입한지 10초만에 쪽지…미성년자들도 만남 요구

    청소년이 쉽게 가입할 수 있는 랜덤 채팅 어플리케이션(앱)에서 조건 만남 등 성매매 알선이 판을 치고 있어 관계 당국의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지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가 채팅앱에서 만난 6명의 남성에게 잇달아 성관계를 당한 일명 '하은이 사건' 이후 청소년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십대여성인권센터'와 YWCA 등 255개 시민단체들은 11일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고 유인한 채팅앱 업체 5곳의 운영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 기자가 직접 가입한 랜덤채팅, 10초 만에 날라온 쪽지

    취재진이 한 랜덤채팅앱에 접속한 10초 만에 쪽지가 날아왔다.

     

    "띠링, 띠링, 띠링"

    단 10초.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성매매 알선이 판친다는 랜덤채팅 애플리케이션(앱)을 직접 내려 받아 여성으로 아이디를 만들어 활동을 시작한 지 10초 만에 남성 3명으로부터 쪽지가 왔다.

    은밀한 농담부터 다짜고짜 '(여기에) 정상인 사람 없냐'며 능청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등 수법은 다양했다.

    성매매 여성이나 성매수 남성을 구하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1시간 동안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을 포함해 만남을 요구하는 게시글만 60여개가 올라왔다.

    또다른 채팅앱에서 속옷 차림의 여성 사진과 함께 경기도의 한 지역에서 만나자는 게시글을 올린 여성.

     

    취재진은 또다른 채팅앱에서 20대 중반의 남성으로 가입해 속옷만 입은 사진을 올리면서 '만날 사람을 찾는다'는 22세 여성과 대화를 신청했다.

    대화는 간결했다. 여성은 일사천리로 시간별 가격을 제시하면서 출장비를 요구했고, 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판매하기도 했다.

    ◇ 성인인증 필요 없는 랜덤채팅…14세 소녀 "쪽지 친구하자~"

    심각한 문제는 청소년들도 이런 랜덤채팅에 쉽게 가입해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취재진이 가입한 랜덤채팅 앱도 성인인증을 요구하지 않았다.

    자신을 10대 소녀로 소개한 사용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실제로 14세, 17세, 18세 등 10대 여성 청소년들이 만남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2014년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성인인증을 요구하는 앱은 182개 중 64개(35.2%)밖에 되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성매매나 성폭력의 위험에 노출되면서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3월 가출한 여중생이 랜덤채팅으로 만난 남성에게 모텔에서 살해됐고, 앞서 2014년에는 지적장애를 앓던 한 소녀(당시 13세)가 채팅앱에서 만난 남성들과 원치 않는 성관계 당한 '하은이 사건'이 논란이 된 바 있다.

    ◇ 성매매 온상 된 랜덤채팅…규제 왜 안 되나?

    청소년들까지 무방비로 성매매에 뛰어들 수 있는 플랫폼이 활개를 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는 부족한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대놓고 성매매 관련 내용을 홍보하는 개인에 대한 규제는 가능하지만, 앱 자체를 규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일일이 모든 대화내용을 살펴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앱 자체를 규제하게 되면, 과잉 규제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불법·유해정보에 대한 규제가 더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국내외를 막론하고, 음란성이나 폭력성이 짙은 앱은 규제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카톡릭대 경찰행정학과 박찬걸 교수는 "기존 법과 제도가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성매매를 규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다 보니, 입법상의 흠결이 존재한다"며 "온라인에서 시작되는 성매매에 대한 해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한세대 산업보안학과 송봉규 교수는 "성매매 관련 시민단체들과 협력해 부족한 모니터링 인력을 채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며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문제가 되는 앱을 집중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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