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한 법원행정처장 등 기관 증인들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법원 및 법원행정처 등 산하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법원 대리인 같네. 박범계가"(국회 법제사법위원장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발언 함부로 하지 마세요"(법사위 야당 간사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법원에 대한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가 여당 소속인 법사위원장과 야당 간사의 충돌 직전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멈춰 섰다.
권성동 법사위원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선거법 재판을 놓고 총공세에 나서 대법원을 압박한다고 본 야당 간사 박범계 의원이 강하게 항의하면서다.
박 의원은 "재판에 간섭할 목적으로 질문하면 안된다"고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해 유감을 표명했다.
이후 법사위 여야 의원들간 설전이 벌어지던 중 추가 발언 기회를 요구하던 박 의원에게 권 위원장은 "박 의원님이 존경하는 박영선 위원장님은 매년 그렇게 했다"며 "그땐 문제제기 안하시고. 치졸하다"고 말했다.
지난 19대 국회 당시 박영선 의원이 위원장으로서 '강성 법사위'를 이끌 때 권 위원장은 여당 간사를, 박 의원은 야당 법사위원이었다.
박 의원은 곧바로 "치졸하다니요. 위원장으로서 할 수 있는 발언의 정도가 있는 거다. 극단적 표현을 써가면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위원장이 다른 법사위원들과 마찬가지로 7분 질의시간을 얻어 발언하던 중 조 교육감이 선고유예 선고를 받은 항소심 재판을 거론한 건 지나치다는 항의였다.
권 위원장은 조 교육감 항소심 재판장의 이름과 경력을 거론하며 "상식이 뭔지도 모르는 이런 분이 어떻게 계속해서 승승장구하면서 고등 부장을 합니까? 난 법원행정처가 법관에 대해 제대로 된 평가시스템 갖고 있는지 이 사건 하나 보면서 신뢰가 망가졌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또 "전형적인 봐주기 판결이죠. 왜 봐줍니까?"라며 "엄히 처벌해야 공명선거가 이뤄지는 거다"고도 했다.
이후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같은 당 주광덕 의원 등이 조 교육감 사건을 두고 질의를 이어가자 박 의원이 "특정 재판 양형까지 거론은 과하다"고 항의하면서 이번 파행을 빚은 것.
권 위원장은 정회를 선언한 뒤 "발언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박 의원 항의에 "누가 함부로 해. 박영선은 매년 했어"라고 반말로 대꾸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장이 박 의원 자리로 다가가자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 벌어졌고, 여야 의원들이 나서 두 사람을 갈라놨다.
돌아서 국감장을 나가려는 권 위원장에게 박 의원은 "박영선 위원장은 7분 안했어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세요"라고 외쳤다.
권 위원장은 "15분 했어"라는 말을 남기고 국감장을 나가버렸다.
여당의 '조 교육감 재판 공세'는 박 의원 등 야당 측이 전날까지 이뤄진 검찰의 20대 총선 선거사범 기소 결과를 비판한 것에 대한 반격으로 해석되기도 했다.
검찰은 이날 20대 총선 선거사범 143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는데, 이 가운데 현역 의원은 여당이 11명, 야당이나 무소속은 22명이었다.
앞서, 박 의원은 "숫자의 차이도 있지만 기소시점도 대단히 문제"라며 "공소시효 만료에 임박해 일괄기소하면서 많은 야당의원들의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 권력형 비리 지적이 거의 묻혔다"고 발언했다.
오후 3시쯤 멈춰선 대법원 국정감사는 1시간 가까이 파행됐다.
권 위원장은 여당 의원들과 함께 회의장에 복귀한 뒤 10분 뒤 회의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고, 야당 의원들이 오지 않으면 단독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국회법에 회의진행을 방해하고, 위원장 말 따르지 않을 경우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찾아오도록 법사위 전문위원에게 요구한 상태다.